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는 먼 미래에나 가능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그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제 AI는 묻는 말에 똑똑하게 답하는 수준을 넘었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고, 실행까지 완수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AI가 광고 시안 30개 제작을 끝냈다”는 최근 우연히 본 인터넷상의 경험담에서 자비스를 떠올렸다. 다수의 인력이 매달렸던 프로젝트를 AI가 혼자 감당하는 시대가 열렸다.
산업의 지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2025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 10명 중 9명(86%)이 “AI와 정보처리 기술이 2030년까지 자신의 사업을 바꿔 놓을 것”이라 답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의사 결정과 설계 영역까지, AI의 역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재를 바라보는 기업의 잣대도 곧 달라질 것이다. 단순한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AI 에이전트와 협업하여 업무의 흐름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이것이 미래 인재의 새로운 조건이 될 것이다.
대학의 고민은 깊어진다. 새로운 앎을 이끌고, 사회와 함께 미래인재를 길러 온 대학은 지금 근본적인 성찰 앞에 서 있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자비스’를 이끄는 시대,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대학생의 목소리는 이미 뜨겁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KRIVET)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8명이 AI의 수행 능력에 경탄하며 이를 학업과 업무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대학은 고민의 결과를 풀어야 한다.
고민의 방향은 분명하다. 학생이 AI를 도구로 삼아 사고를 확장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문제 해결과 프로젝트 몰입의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은 AI와 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팀장의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AI기술로 인한 인지위축(cognitive atrophy)이나 인지외주(cognitive offloading)를 경계해야 한다. AI기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더 깊은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미래 고등교육의 핵심이다.
방향이 분명해도, 실행은 또 다른 문제다. AI 비서인 자비스를 불러들인 뒤, 누가 그를 움직일 것인가. 답은 결국 사람이다. 몇몇만이 참여하는 지원 사업이나 전문가의 지식으로 풀릴 일도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대학은 비로소 움직인다.
국립창원대학교가 먼저 움직이고 있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기반으로 대학을 AI 교육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인공지능단과대학도 새로 문을 열어, 모든 학생들은 마이크로·나노디그리(Micro·Nano Degree) 제도를 통해 AI와 융합된 넓고 깊은 전공 교육을 경험한다. 강의실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와 함께 교내 설치할 예정인 데모 다크 팩토리(Demo Dark Factory)에서 전공 학생은 AI가 운영하는 무인 공장을 실증한다. 거창·남해·창원 캠퍼스 학생들은 2년간 한 팀을 이뤄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AI로 홍보 콘텐츠를 만들었다. AI 비전공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생성형 AI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학습 앱을 만들어 교내 경진대회에 내놓는다.
기술의 끝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그것을 이끌 사람의 힘이 더 중요해진다. AI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을 때, 학생은 비로소 기술의 주인이 된다. 대학이 무대를 마련하고, 사회가 그 무대를 넓혀 줄 때 변화는 완성된다. 자비스와 함께 내일을 설계하는 청년의 시대, 그 시작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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