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대 가스전과 천연가스 정제시설 폭격으로 원유 수급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급등한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고 있다. 윤웅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물가 상승 등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정부의 ‘경기 하방 위험’ 평가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최근 경기회복 움직임에 중동 악재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20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경기회복’ 판단을 유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이다.
하지만 중동 리스크로 인한 경기 하방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재경부는 “취약부문 중심의 고용 애로, 건설투자 회복 속도와 미국 관세 부과 영향 등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와 경기 하방 위험 증대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동향 보고서에 경기 하방 위험 표현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7개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조성중 경제분석과장은 중동 사태가 한국 경제성장률과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하고 심화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수치가 어떻게 변할지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발표된 여러 지표에는 중동 사태 여파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1~2월 소비와 수출은 증가세다. 지난 1월 소매판매는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 모두 늘어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2월 소매판매도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 확대,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등으로 볼 때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지난 2월 28일에 전격 이뤄진 만큼 1~2월 지표에는 사태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할인점 카드 승인액의 감소 폭 확대는 부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112.1)는 전월보다 1.3포인트 올랐다. 국내 카드 승인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증가했지만, 이중 할인점 카드 승인액은 10.6% 감소했다.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증가세다. 2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8.7% 늘었고,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49.0% 증가했다. 주력 수출 품목 중 컴퓨터(222%), 반도체(161%), 선박(41%) 등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물가와 고용 지표도 견조한 흐름이다. 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0% 오르며 전월과 동일한 상승 폭을 유지했다. 석유류 물가는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전년도 대비 2.4% 하락했다. 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3만4000명 증가해 전월(10만8000명)보다 증가 폭을 키웠다.
중동 사태 여파가 본격화한 3월 지표에선 이 같은 흐름이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부는 “중동상황,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재경부는 “중동상황 영향 최소화를 위해 민생안정·경제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편성하겠다”며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중심으로 각 부문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 발생 시 신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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