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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거인의 몰락 ⑬ STX그룹] 샐러리맨 신화의 종말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던 2011년에도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시장의 신뢰를 잃는 행보를 반복했다. 시장은 이미 빨간불을 켰으나 강 전 회장은 조선업 호황이 다시 올 것이라는 낙관론에 취해 후퇴할...

[거인의 몰락 ⑬ STX그룹] 샐러리맨 신화의 종말

한때 대한민국 재계를 호령했으나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된 거대 기업들의 사례를 조명합니다. 무리한 확장, 지배구조의 결함, 시장 변화 대응 실패 등 각 기업이 마주했던 결정적 순간을 복기하여,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의 기업 경영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 해태그룹 : 다각화의 역설 ② 진로그룹 : 소주 왕국의 외도 ③ 뉴코아그룹 : 외형 성장의 종말 ④ 대우그룹 : 세계경영의 명암 ⑤ 한보그룹 : 5조 원짜리 모래성 ⑥ 삼미그룹 : 특수강 신화의 좌절 ⑦ 동아그룹 : 부채로 쌓은 영광의 파산 ⑧ 국제그룹 : 권력과 자본의 충돌 ⑨ 기아그룹 : IMF구제금융의 도화선 ⑩ 쌍용그룹 : 무너진 '돌다리 경영' ⑪ 거평그룹 : M&A의 신기루 ⑫ 금호아시아나 : 현대판 승자의 저주

⑬ STX그룹 : 샐러리맨 신화의 종말

⑭ 한진해운 : 70년 해운 신화의 침몰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던 2010년 당시 STX그룹의 지면광고 (이미지생성=나노바나나프로)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재계 서열 11위의 거대 그룹을 일궈냈던 강덕수 전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대한민국 기업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보여준다. STX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출발해 불과 10여 년 만에 자산 24조 원 규모의 대기업 집단으로 도약하며 재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STX의 폭발적인 성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수직계열화 전략의 산물이었다. 강 전 회장은 2001년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하며 해운업에 진출했고,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사들여 조선업의 기틀을 닦았다. 엔진 제작부터 선박 건조, 해상 운송에 이르는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호황기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2007년에는 유럽의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하고 중국 다롄에 대규모 조선 생산 기지를 건설하며 세계 경영의 야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STX의 성장은 처음부터 빚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신기루였다. 인수한 계열사들이 선주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정작 배를 짓는 데 쓰지 않고 다른 기업을 사들이거나 해외 공장을 짓는 데 유용하면서 재무 구조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 물동량이 급감하고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7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자 STX의 수직계열화는 시너지 대신 위기가 전염되는 독이 되었다. 해운사가 적자에 빠지자 조선소의 발주가 끊겼고, 이는 다시 부품사와 엔진사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연쇄 부실을 초래했다.

결정적인 패착은 불황기에도 멈추지 않았던 '닥공(닥치고 공격)' 경영이었다.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던 2011년에도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시장의 신뢰를 잃는 행보를 반복했다. 시장은 이미 빨간불을 켰으나 강 전 회장은 조선업 호황이 다시 올 것이라는 낙관론에 취해 후퇴할 시기를 놓쳤다. 결국 2013년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고, 강 전 회장은 수조 원대 분식회계와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STX의 몰락은 기업이 업황의 가변성을 무시하고 지나친 레버리지에 의존할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수직계열화는 호황기에는 축복이었으나, 불황기에는 그룹 전체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뇌관이 되었다. 강 전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의 마지막 불꽃이었으나,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무리한 확장과 부실한 재무 관리는 한국 기업사에 씻기 힘든 오점을 남겼다. 신화는 사라졌으나 빚으로 쌓은 사상누각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진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회에 계속>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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