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3월 30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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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KCGI자산운용 대표. / 제공=KCGI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1호 블라인드 펀딩 1년여 만에 5000억원을 모으는 대기록을 썼다. '행동주의' 탈피를 외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5000억원 규모의 펀드레이징을 1년이란 짧은 기간에 완수하는 일은 정통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PEF 운용사조차 쉽지 않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사례다. 여기에 이번 블라인드 펀드는 KCGI의 첫 트랙 레코드다. 유한책임투자자(LP)들의 전적인 신뢰를 입증하면서, 행동주의 평판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단 평이 나온다.
큰손 투자 줄이어…'자타 공인' 바이아웃 PEF로 변신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KCGI는 5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클로징했다.
18개 LP로부터 총 4850억원을 유치했다. 이중에는 업계 큰손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공제회처럼 보수적인 LP들은 피투자사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고 경영권 분쟁 등으로 소음을 일으키는 행동주의 PEF를 꺼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받을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가장 많은 금액을 출자한 곳은 한국교직원공제회(1000억원)다. 이를 필두로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600억원,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500억원을 냈다. 이밖에 우정사업본부·새마을금고중앙회 각 400억원 신협중앙회·군인공제회 각 300억원 한국증권금융 250억원 NH투자증권·농협중앙회 각 200억원 KB증권·IBK기업은행·하나은행·키움증권·메리츠화재·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연금재단 100억원 MG캐피탈·메리츠증권 각 50억원을 출자했다. 여기에 GP(운용사)인 KCGI가 150억원을 출자해 5000억원을 맞췄다.
KCGI에게 이번 펀드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공격적 행동주의에서 벗어나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그로쓰(성장) 투자와 바이아웃 PEF로의 체질 전환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PEF의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막는 법적 규정은 없으나, 현실적으론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투자 방식이 근본적으로 맞지 않아서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GP에게 돈부터 맡기는 구조다. GP의 신뢰성이 관건이다.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하는 LP들은 GP의 평판을 크게 따질 수밖에 없다. 행동주의와 블라인드 펀드가 결합될 경우에는 이해 상충 리스크를 우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한 LP가 행동주의 PEF의 블라인드 펀드에 자금을 댔는데, 해당 펀드가 이 LP의 기투자 기업이나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업을 공격할 경우 LP 입장에선 자기 발등을 찍는 셈이다. 행동주의 투자는 타깃을 정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목적물이 먼저 정해지는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수월하고 자연스럽다.
자본 시장에선 무엇보다 촉박한 기한 내 LP들의 신뢰를 확보한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주요 큰손들이 줄줄이 KCGI를 GP로 선정한 것은, 곧 KCGI의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능력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KCGI는 행동주의 탈피를 선언하긴 했지만, 1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지 변신에도 빠듯한 기간에 실제 실적을 냈다. 통상 LP들을 설득하고 실사를 거쳐 자금을 모으는 데에만 1년 반에서 2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규모도 통상의 2~3배를 웃돌아 화제가 되고 있다. 결성 기한이 1년 남짓한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1500억~2000억원 수준인 게 일반적이다.
10년 행동주의 벗자 위기가 기회로
KCGI의 성공은 과감한 태세 전환 덕분이라는 게 시장 시각이다. 여기엔 약 10년 역사의 행동주의 정체성을 과감히 포기한 강성부 KCGI 대표의 결단력이 주효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주요 LP 출자 콘테스트에 직접 발표자로 나서 "행동주의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KCGI는 국내 PEF들 중 행동주의 성향이 가장 뚜렷했던 곳이다. 이 과정에서 한진칼 투자처럼 대기업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잖았다. 이전만 해도 국내 LP들의 성향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양증권과 메리츠자산운용을 품에 안으며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을 노리는 과정에서 행동주의로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마침 지난해 일부 PEF들이 대기업과 반목하는 행보로 LP들의 반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기업은 피투자사일 경우 최하단에 자리하지만 LP의 고객이 될 땐 피라미드 최상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LP 입장에서는 척을 지면 안되는 사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근 '펀딩 빙하기' 상황에서 KCGI가 행동주의 탈피로 악천후를 딛고 도약했다는 평이 나온다.
'법인 영업통'의 저력도 큰 시너지를 냈다. LP들 사이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김태원 KCGI 부회장이 이번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도맡았다. 여의도에서 모르는 인사가 없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영업력이 정평 났다. 2002년 당시 소규모 증권사였던 KGI조흥증권에 이직한 이후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하루 만에 2조원 투자를 유치한 일화도 있다.
KCGI가 그동안 강 대표 체제 하에서 축적해 온 트랙레코드가 워낙 좋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운용해 온 16개 펀드의 연간 내부 수익률(Gross IRR)은 24.1%에 이른다.
KCGI는 블라인드 펀드를 항공기 부품 제조사 율곡 인수 외에도 다양한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투자자(SI)와 협력은 물론, 인수금융 조성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검토하는 딜은 10개 정도다. 특히 반도체·전력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다. 뷰티와 식품 및 음료(F&B), 엔터테인먼트 등 유행을 타는 업종은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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