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레비보 렉스마크 대표(왼쪽)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6 콘퍼런스'에서 '미국 부실 부동산 시장의 이해와 투자 전략: 한국 투자자를 위한 회복 전략'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최혁 기자
미국에 투자한 부동산 자산이 부실화됐을 땐, 기존 개발업체의 자금 투입을 전제로 대출 재구조화를 하는 것이 투자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 부실화된 부동산 자산에 대해선 채권자가 아닌 지분 투자자의 자세로 임해야 원금을 지킬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미 뉴욕에 본사를 둔 부동산 자산운용사 렉스마크(Rexmark)의 마이클 레비보 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26 하반기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에서 한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레비보 대표는 이날 '미국 부실 부동산 시장 탐색: 한국 투자자를 위한 회복 플레이북'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최근 고금리와 차환(리파이낸싱) 압박으로 위기를 맞은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제언을 쏟아냈다. 그는 먼저 스텔라 서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부동산투자운용1본부 본부장이 부동산 부실이 발생하면 고려할 수 있는 대출 매각, 재구조화, 추가 자금 투입, 담보권 실행 등 운용사의 여러 선택지에 대해 묻자, '대출 재구조화'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이상적인 1차 솔루션은 새로운 비즈니스 플랜을 전제로 한 대출 재구조화"라며 "전제 조건은 개발업체(스폰서)가 재정적·운영적·전문성 면에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발업체가
돈을 넣거나 기여하지 않으면서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방식의 해결책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담보권 실행은 가장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보권 실행은
선호하는 이상적인 전략은 아니다"라면서도 "그것이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회수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반드시 가야 할 필수적인 경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선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톤 등 각 도시의 자산 마다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워싱턴DC 유니언스테이션(기차역)과 샌프란시스코 다가구주택 등 2가지 부실화된 부동산 자산의 회수 극대화 사례를 이날 소개했다. 렉스마크는 지난 10년간 한국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미국 오피스, 호텔, 물류, 인프라 등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샌프란시스코 다가구주택의 경우 렉스마크가 코람코자산신탁을 대신해 관리했는데 대표적인 대출 재구조화 사례였다. 렉스마크는 우선 개발업체를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삼고 대출을 재구조화했다. 그는 "부실 국면에선 자본 투입이 필수적이며 차주가 돈을 넣어야한다"며 "차주가 자발적으로 지갑을 열게 하려면 고도의 전략과 창의적인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차주가 담보권 실행이나 세금 부담을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자극해 인센티브를 부여했고 그 결과 1500만 달러의 현금 추가 투입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렉스마크는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새로운 사업 계획과 리모델링을 실행한 결과, 해당 자산의 순영업이익(NOI)는 50%이상 급증했다.
개발업체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한 사례로 워싱턴DC 유니언스테이션 사례가 있다. 렉스마크가 2018년 투자를 시작한 이 딜은 2020년 코로나19사태로 역이 약 1년간 폐쇄되면서 순영업현금흐름(NOI)이 80% 폭락하고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그는 "당시 투자한 한국 기관투자자들에게 회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며 "2022년 초 4억달러를 투자했고 미 정부의 수용권 행사 등 복잡한 소송이 있었고 담보권도 실행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담보권 실행에 참여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그 이후로 3년간 소송이 진행됐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약 5억 5000만 달러에 매각해 원금 전액 회수 및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개발업체와 협력할 지, 아니면 강경하게 대응할지를 묻는 서 본부장의 질문에 "샌프란시스코 사례처럼 훌륭하면서 트렉레코드가 좋은 회사임에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개발업체는 솔루션의 일부이자 원금 회수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금 회수에 임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자세에 대해 채권자가 아닌 지분 투자자로의 시각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부실 채권 시장에서는 자산 가치가 워낙 폭락해 '부채가 곧 지분(Debt is the equity)'이나 다름없다"며 "모기지(선순위)나 메자닌(후순위) 대주라 하더라도 스스로를 지분 투자자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대주(채권자)는 법적 권리와 구제 금융에 집중하고, 지분 투자자는 자산의 운영 실적에 집중한다. 그는 "대출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분의 시각에서 자산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서 본부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금리가 내려가고 유동성이 돌아오며 자산 가치가 회복될 때까지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며 "인내심이 약이 되는 자산과, 기다릴수록 독이 되는 자산을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레비보 대표는 "
결국 어떤 전략을 택할지는 해당 투자자가 처한 제약 조건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다"며 "금리가 여전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2년 동안 시장은 전체적으로 개선되었고 자산 가치도 상승했다. 유동성 시장 역시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최근 다양한 거래들이 활발히 성사되고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관투자자들에 주는 조언으로 "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투자자들이 추가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추구할 수 있는 해결책이 아예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
자산 관리나 미국 현지 임차인, 브로커, 벤더 등에 정통한 제3자 매니저나 현지 자문사를 적극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