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이 최근 서울 중구 교내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권력 승계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참관 등 주요 일정에 딸 김주애의 동행이 잇따르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달 초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주애의 행보와 관련해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로 보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의 4대 세습과 관련해 김주애 유력설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이 같은 선전이 북한이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계획한 고도의 통치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김주애가 완전히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김주애가 아직 14세 정도밖에 안 됐고, 후계자로 확정됐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구체화된 표현과 노동당 당원 등 낮은 직위라도 부여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북한이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김주애를 내세우는 것은 김 위원장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을 돌리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2002년 동국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부터 북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대북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현 정부에서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정책기획분과 위원을 맡았다. 최근 북한 체제를 분석한 저서 ‘북한 군사국가화의 기원’도 출간했다.
김 소장은 북한의 권력 세습은 가장 편하고 익숙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 체제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고, 21세기 국제사회의 국가 간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체제의 역동성, 정책 수립의 합리성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외부의 시선으로는 그런 방식이 과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북한 사회에 대해 1950년대 이후 노동당 중심의 유일 지배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정책 논쟁이 사라지고, 모든 영역에 군사적 질서가 자리 잡는 군사국가화가 진행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한국전쟁 종전 후 제대한 군인들이 협동농장(집단농장)의 책임자 등 주요 직책을 맡아 조성한 군대식 분위기가 지속했다”며 “우리나라는 군사 독재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과 민주화로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것과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공장의 작업조에 대해 분대·중대 등 군대식 표현을 사용한다”며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그런 문화가 북한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군사국가화는 현시점의 북한을 설명하기 위해 적절한 주제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이번 책 북한 군사국가화의 기원은 박사 학위 논문을 현시점에 맞게 고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당시의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군사국가화는 지금도 지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북한이 설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3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남북 관계가 대화 단절 속에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 김 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 철책 설치, 지뢰 매설 등을 통한 요새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해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접경 지역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에 대응한 한국의 핵무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것은 곧 한국에 대한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며 “이는 미국이 원치 않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러시아도 한국의 핵무장을 원치 않는 입장이며 국제 사회의 제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핵무장에 따른 국제사회와 미국, 중국 등 각국의 제재를 이겨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의 ‘핵우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북한 핵무장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소장은 “미국의 핵우산으로는 30분 내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이 있다”며 “미국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핵우산에 대한 세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듭 추진 의지를 밝힌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성과가 없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국정 수행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도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정상의 만남이 북한에서 깜짝 성사될 가능성도 내다봤다. 쇼맨십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보안 문제만 해결되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는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서 열린다면 유력한 장소는 수도 평양이 아니라 원산 갈마 비행장 또는 원산 시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구조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며 “자동차 앞바퀴가 먼저 굴러가야 뒷바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북미관계가 풀리면 남북관계도 따라서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관계의 해법으로는 단계적으로 절충안을 찾아 나가는 ‘스몰딜’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스몰딜은 북한 영변 등 핵시설을 동결하고 핵무기 추가개발 등을 막는 소극적 형태의 군축 방안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북핵 전면폐기와 체제보장·대북 제재 전면 해제 등을 맞바꾸는 빅딜에 대해 양측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소장은 “북미 모두 상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며 “북한에 전면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한다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에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종전선언·평화협정을,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아래 핵탄두 원료인 고농축우라늄 생산 중단을 각각 제시할 수 있다”며 “양측이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갈 필요가 있어 ‘스몰딜’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우리 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회의론을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7월 공개한 2분기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64.1%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3년 4분기(64.0%)와 비슷한 수준으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소장은 “20~30대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해빙무드가 펼쳐지면 통일에 대한 국민 의식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제안했다. 작은 차이는 그대로 두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남북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서로 간극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양측이 크게 욕심내지 않고 평화를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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