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태형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 무죄 판결로 사법리스크를 다소 덜어내면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졌습니다. 집값·전월세 상승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과 맞서온 오 시장의 복귀는 정부·여당에 부담입니다. 야권에서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동훈·장동혁 두 사람에게 만만찮은 경쟁자가 돌아왔습니다.
야권에서는 오 시장의 생환에 경쟁과 협력의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준석 의원이 오 시장과 밀착하는 가운데 한동훈 의원도, 장동혁 대표도 오 시장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당장은 협력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잠재적 경쟁자의 귀환이 반가울리만은 없겠죠?
다만 중도층의 여론을 보면 오 시장이 장밋빛 전망만을 그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주 한국갤럽과 KSOI 조사에서 중도층의 무죄 판결 평가는 부정적인 여론이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여전히 오 시장에 대한 사법리스크에 불안한 눈길을 보내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뜻입니다.
존재감을 드러낸 오 시장이 정부·여당과 야권 경쟁자들에게 어떤 부담을 안겼는지 이번 주 데이터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서울 전월세 상승 전망 76%…오세훈 복귀에 고심 깊어지는 與
3기 신도시 건설 현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인천 계양 공공주택지구에서 열린 주택공급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여권이 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지지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까지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 시장의 정치적 재기가 정부·여당에 부담이 되는 배경에는 부동산 민심이 있다. 주거비 상승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 정책의 전환을 요구해온 오 시장이 항소심 무죄를 계기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대여 공세를 강화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서다.
한국갤럽이 10월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향후 1년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53%, 전월세 등 주택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66%였다. 서울에서는 각각 59%, 76%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주거 불안은 대통령 지지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집값 상승을 전망한 응답자들의 대통령 직무평가는 긍정 29%, 부정 60%였다. 대통령 직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그 이유로 꼽은 항목 중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19%로 가장 많았다.
오 시장은 그동안 실거주를 강조하고 민간 임대사업자를 규제하는 정부 정책이 전월세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책 전환을 요구해왔다. 이달 6일에도 이 대통령의 주택 인허가·착공 관련 발언을 비판하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와 다른 처방을 주장해온 오 시장이 사법적 부담을 일부 덜고 정치 행보를 넓히면서 여권의 부동산 정책 대응에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도심공공복합개발 사업과 관련해 오 시장의 승인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선 서울시장 귀환에 한동훈·장동혁은 일단 협력 행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3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딸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촉구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승현 기자
영남에 지지 기반이 편중된 국민의힘으로서는 5선 서울시장인 오세훈의 귀환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당내 차기 대권 주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천지일보 의뢰로 코리아정보리서치가 26~27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합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오 시장은 18.6%를 기록했다. 한동훈 의원은 12.5%, 장동혁 대표는 8.8%였다. 폴리뉴스·KNA25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25~26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범보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한 의원이 14.0%, 오 시장이 13.7%, 장 대표가 11.7%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장 대표 24.1%, 오 시장 23.6%, 한 의원 17.8%였다. 조사마다 순위는 엇갈렸지만 오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인 셈이다.
오 시장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야권 내 연대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무죄 선고 당일 법원을 찾은 데 이어 26일 오 시장 공관 만찬에도 참석했다.
오 시장과 ‘킹메이커’로 불리는 이 의원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한 의원을 비롯한 보수 진영의 통합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과의 ‘훈훈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을 위한 연대는 친분이 아니라 명분으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친한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오 시장과 이 의원의 밀착 행보에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장 대표 측도 오 시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9일 오 시장과 장 대표의 정치적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중도층의 무죄 평가는 절반이 부정
명태균씨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 시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중도 소구력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중도층의 시선은 아직 엇갈린다. 대선주자 조사에서 존재감을 보였지만, 항소심 무죄 판결에 대한 평가는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한국갤럽의 27~29일 조사에서 오 시장의 무죄 판결을 ‘잘된 판결’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34%, ‘잘못된 판결’이라는 응답은 37%였다. 중도층에서도 각각 34%, 36%로 팽팽했다. 서울 역시 긍정 평가가 36%, 부정 평가가 35%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6~2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평가는 공감 42.6%, 비공감 42.8%로 팽팽하게 갈렸다. 전체 응답에서는 공감이 45.5%, 비공감이 39.1%였고, 서울에서는 각각 50.5%, 36.9%로 공감이 더 높았다.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아 있는 만큼 항소심 무죄만으로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도층을 중심으로 판결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는 것도 오 시장이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데이터로 본 정치민심
기사에 활용한 한국갤럽 조사는 10월 27~2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0.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코리아정보리서치 조사는 천지일보 의뢰로 26~27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길리서치 조사는 폴리뉴스·KNA25 의뢰로 25~26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2.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KSOI 조사는 26~2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5.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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