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주식예탁증서(ADR) 추진 목적에 대해서는 시장 내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와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발행 방식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신주 발행 여부를 두고 주주가치 희석 우려와 성장 전략 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신주 발행 소식에 주주가치 희석 우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공모의 규모, 방식, 일정 등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신주 발행을 포함한 복수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SK하이닉스의 ADR 소식이 전해진 후 주주들은 가장 먼저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약 10조~15조원 규모의 새로운 주식이 발행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자사주 소각을 진행 중인 상황과 맞물리면서 정책 일관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과거 ADR을 발행한 TSMC와 SK텔레콤이 기존 주식을 활용한 구주로 상장했다는 점과 비교되며 비판이 확대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35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미래에셋증권 추정에 따르면 2026~2028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투자를 집행한 후 672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된다"며 "ADR 상장 규모는 10조~15조원이라고 하는데 왜 신규 자금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포럼은 SK하이닉스가 신주 발행 대신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15%를 자사주로 취득해 일부는 소각하고 대부분을 미국에 상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뉴스룸
다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에서는 자금조달 구조를 단순히 주주환원 관점에서만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쟁 환경을 고려할 때 재무 전략 측면에서의 필요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구주를 활용한 ADR은 기존 주식을 이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회사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이 제한적이다. 반면 신주 발행은 공모 자금이 전액 회사로 유입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 유지를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외부 차입보다 자본 확충을 통한 재원 확보가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 구조 측면에서도 효과가 기대된다. 신주 발행은 자산과 자본을 동시에 확대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는 신용등급 개선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자금 조달 금리를 낮춰 금융비용 절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조달 금리 변화는 이자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비용 감소는 영업외손익 개선을 통해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주당순이익(EPS)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로 연결되는 구조다.
SK스퀘어 변수로… 일각선 지배구조 논쟁도
시장에서도 실제 주주가치 희석은 제한 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K그룹의 ICT 투자전문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율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인 '자회사 지분율 20% 이상 유지' 기준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중간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해 신주 발행 과정에서 지분율이 해당 기준을 하회하는 구조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법적 요건을 준수해야 하는 특성상 지분율 희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ADR 발행 확대 과정에서 SK스퀘어의 지분율 유지가 필요할 경우 대응 방안도 마련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배당을 확대하고 SK스퀘어가 이를 재원으로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결과적으로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부담이 시장 우려만큼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SK스퀘어 사옥 전경. / 사진 제공=SK스퀘어
일각에서는 이번 ADR 추진의 이면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향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주사인 SK㈜와 중간 지주사인 SK스퀘어의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ADR 상장으로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몸값이 오르면 대주주인 SK스퀘어의 기업가치 또한 동반 상승하게 된다.
양사 합병으로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로 격상되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공고해진다. 동시에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겪어야 했던 '피인수 기업 지분 100% 보유'라는 인수합병(M&A) 제약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즉, ADR 상장이 하이닉스의 글로벌 도약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현재까지 SK스퀘어는 SK㈜와의 합병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게다가 미국 자본시장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나 지배주주 이익 편취 가능성에 대해 높은 수준의 감시를 요구하는 시장이다. ADR 상장을 통해 해외 투자자 비중이 확대될 경우 오히려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 기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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