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내부 냉각블록(ICE) 배치 개념
기존 HBM 대비 열저항 30% 낮출 수 있어
삼성전자 잠정합의안 투표 중 기술 초격차 벌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iHBM 솔루션 개념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000660)
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최대 난제인 발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솔루션을 내놨다.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발열 잡는 패키징 신기술을 내놓으며 초격차를 벌린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HBM 패키지 내부에 일체형 냉각 요소인 ‘ICE(Integrated Cooling Elements)’를 내재해 발열 밀도를 획기적으로 낮춘 차세대 ‘iHBM’ 기술을 26일 공개했다. HBM 다이의 면적 일부를 내주면서까지 패키지 내부에 ‘냉각 블록’을 삽입하는 파격적인 방식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발열 제어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iHBM 기술의 핵심은 구조적 혁신에 있다. 기존 HBM은 가동 시 발생하는 열을 상단의 코어(메모리) 다이를 거쳐 외부로 내보내는 간접 방식을 취해왔다. 반면 iHBM은 최하단 층인 베이스(로직) 다이 위의 ‘다이 간 물리층(D2D PHY)’ 영역 면적 일부를 할당하고 그 위에 열전도율이 높은 실리콘 소재의 ICE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기존 HBM 대비 열저항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
ICE는 마치 연산장치 위에 방열 블록(HPB·Heat Path Block)을 얹어 발열을 제어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삼성전자 역시 모바일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에 이와 유사한 HPB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다만 로직 회로 면적을 일부 희생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베이스 다이의 전체 크기가 커지는 결과를 수반한다.
iHBM은 집적회로 구조를 변경하면서도 양산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의 독자적인 첨단 패키징 공정 기술인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을 그대로 적용해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iHBM을 다음 세대인 7세대 HBM(HBM5)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고객사 측면에서의 호환성도 극대화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시스템온칩(SoC)과 결합하는 기존 시스템 통합 패키지(SiP) 환경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고객사들은 별도의 거대한 설계 변경 없이 차세대 시스템에 즉각 iHBM을 도입할 수 있다. 도입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대폭 낮춘 셈이다.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지(PKG) 개발 담당 부사장은 “iHBM은 자사의 메모리 설계 역량과 고도화된 첨단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도출한 최적의 발열 제어 솔루션”이라며 “AI 환경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 가치를 선제적으로 제공해 글로벌 AI 메모리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노조의 성과급 개선 요구로 내부가 진통을 겪은 사이 SK하이닉스가 기술 초격차를 더욱 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정부 중재에 힘입어 성과급 관련 잠정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했으나 노조가 이 과정에서 지난달 23일 결의대회를 여는 등 생산 차질 등 일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잠정합의안을 둘러싼 노노(勞勞) 갈등도 한층 깊어졌다. 반도체(DS)부문 내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성과급 격차가 최대 4억 원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 구성원들이 메모리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특별성과급을 받게 된 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8일간 총파업을 극적으로 피했지만 성과급 차이로 인한 내부 분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며 “삼성전자가 분주한 사이 SK하이닉스는 한발 앞선 첨단 패키징 기술을 제시하며 기술 초격차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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