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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하이닉스 ADR 발행을 둘러싼 섣부른 오해와 진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ADR 발행을 놓고 각종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ADR 발행에 대한 논란은 크게 기존 자사주 활용이 아닌 신주 발행에...

SK하이닉스 ADR 발행을 둘러싼 섣부른 오해와 진실

자사주 소각 후 ADR로 신주 발행···자사주 ADR 상장시 과세

지주사 규제로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ADR 신주도 제한적

ADR 상장시 기존 외국인 주주는 대거 ADR로 전환 가능성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ADR 발행을 놓고 각종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ADR 발행에 대한 논란은 크게 기존 자사주 활용이 아닌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와 소규모 ADR 발행에 따른 유동성 부족 지적, 주주환원 방식에 대한 불만 등으로 정리된다.

다만 SK하이닉스의 ADR 발행이 현행법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판단에 가깝다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SK하이닉스 ADR 발행···각종 논란에 ‘시끌’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가 공식화한 ADR 발행 추진에 대한 비판은 기존 자사주 미활용과 발행규모, 주주환원 확대 요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주주총회를 맞아 지난 24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ADR 발행을 공식화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상장 공모의 규모, 방식, 일정 등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최종 상장 여부는 SEC의 등록신청서 검토, 시장 상황, 수요 예측 및 기타 제반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DR은 미국 내 예탁기관이 해외 기업의 주식을 보관한 뒤 이를 기초로 발행해 미국 증시에서 주식과 동일한 효력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증서다. ADR 발행은 사실상 국내 주식을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과 같다.

SK하이닉스는 신주를 발행해 ADR을 상장할 예정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규 발행 규모는 약 2.5%, 180만주 이내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부 주주들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은 이번 ADR 발행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이번 ADR이 신주발행으로 이뤄지기에 사실상 유상증자에 해당하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2년말 기준 발행주식총수의 5.5%에 달하는 자사주 4035만1325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2012만6911주는 2023년 4월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데 활용했고 임직원 보상에도 쓰였다. 잔여 자사주는 꾸준히 소각했고 지난 1월 28일에는 12조 2000억원(발행주식 수의 2.1%) 규모의 잔여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한 만큼 다시 ADR을 통해 신주를 발행하는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ADR 발행 규모가 작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만 TSMC는 1997년 10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ADR를 상장했는데 현재 전체 발행주식 수의 20.5%가 ADR이다. 충분한 ADR이 상장되어야 각종 대형 ETF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0~15조원 규모의 ADR은 유동성 부족으로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데 주주환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는 배당 등 주주환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신주발행이 아닌 기존 발행주식 수의 10~15%를 자사주로 취득해 일부 소각하고 대부분 미국에 상장하라“고 요구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세금과 지주사 체제, 투자여력 고려

SK하이닉스가 기존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고 소각하고 다시 신주 발행을 통해 ADR을 상장하는 이유는 세금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회계에서는 자사주 처분이익을 자본거래로 보아 '자본잉여금'으로 처리하고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법에서는 이를 '익금(수익)'으로 보아 법인세를 부과한다. 대법원 역시 합병으로 승계 취득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사주처분이익을 과세 대상으로 보고 있다.

기존 자사주를 ADR로 발행하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의 과거 자사주 매입가가 월등히 저렴했기에 기존 자사주를 ADR로 발행시 막대한 법인세가 부과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자사주 소각 후 신주발행하지 않고 자사주를 ADR로 발행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ADR 예상 발행규모가 전체 발행주식수 대비 2.5%에 그치는 이유는 공정거래법상 규제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2022년 이전에 설립한 지주사 체제에서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지난해말 기준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07%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을 위해 대규모로 신주를 발행한다면 SK스퀘어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대상이 된다. SK하이닉스가 ADR을 상장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무작정 추가로 신주 발행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만 TSMC와 비교 역시 잘못된 비교에 가깝다. 1994년 설립한 TSMC는 1997년 ADR을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하지만 이는 TSMC의 설립 초기 주요 주주였던 필립스가 투자 회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만 증시에서 한꺼번에 지분을 팔면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있기에 미국 증시에서 ADR 매각을 원했기 때문이다.

TSMC 역시 초창기 ADR 상장 물량은 필립스가 보유한 주식이었고 전체 발행주식수의 2%대에 불과했다. 이후 대만 정부 등 기존 주주들이 순차적으로 보유 주식을 ADR로 전환해 미국 증시에서 매각했고 필립스 역시 2000년대 들어 반도체 사업을 정리하면서 TSMC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했다.

SK하이닉스 역시 ADR 상장이 완료되면 외국인을 포함한 기존 주주들이 추가로 기존 주식을 ADR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 발행주식수 중 ADR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해 ADR로 상장해야 한다는 등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입장 차이로 볼 수 있다. 주주는 당장의 주가 부양을 원하지만 경영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영속성과 투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지난해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12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는 87조원을 추가한 100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원, 청주 신규 생산시설에 39조원 투자할 계획이다. 당장 전날 공시를 통해 차세대 공정 양산 대응을 위한 EUV 장비 확보를 위해 ASML에 12조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DR 상장시 SK하이닉스 주가가 마이크론 등 경쟁사 대비 저평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은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현재 SK텔레콤, KT, 포스코홀딩스, 한국전력,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 LG디스플레이가 ADR 방식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지만 이들 종목이 특별히 ADR 프리미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 2023년 김민수 교수 등이 발표한 ‘해외주식예탁증서(ADR)와 원주의 전이효과 및 네트워크 분석’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원주가 미국 시장의ADR에 영향을 미친다는 본국시장 주도가설이 지지 되지 않았지만 미국 시장의 ADR이 한국시장의 원주를 지배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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