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평가 이익·래깅효과 겹쳐 수익성 개선… 배터리 적자 축소·LNG 사업도 성과
SK 서울 서린 사옥/ SK 제공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데다 화학·배터리 사업도 회복 흐름을 보이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SK이노베이션은 13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24조2121억원, 영업이익 2조16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조5000억원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약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은 정유사업이었다. 자회사 SK Energy는 1분기 영업이익 1조2832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래깅 효과’와 재고평가 이익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정유업 특성상 원유를 도입해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데, 유가가 급등할 경우 과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들여온 원유가 원가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확대된다. 여기에 기존 재고 자산 가치까지 상승하면서 대규모 평가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 올해 1분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8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며 직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공급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경유와 항공유 등 주요 석유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상승에 따른 래깅 효과와 재고 관련 이익 증가로 정유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 측은 “재고 관련 이익은 유가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큰 일회성 성격이 있다”며 향후 유가 하락 시 수익성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화학 부문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석유화학 자회사 SK Geo Centric은 납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효과와 아로마틱 계열 제품 수익성 개선 영향으로 실적이 회복됐다. 최근 글로벌 공급 조정과 일부 제품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 On 역시 적자 폭을 줄이며 반등 흐름을 이어갔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판매가 회복된 데다 생산 효율 개선 효과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북미 공급망 확대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최근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첫 LNG 카고를 도입했고, 베트남 뀐랍 LNG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며 글로벌 에너지 개발 사업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온은 최근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며 시장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정유 중심 실적 구조에서 벗어나 배터리와 LNG, 에너지 솔루션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성과 전기차 시장 둔화 가능성은 여전히 주요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유가 상승 수혜가 컸지만, 동시에 배터리와 에너지 사업 회복 흐름도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에는 정유 업황보다 신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기업 가치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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