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공기 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가 고효율 히트펌프를 활용한 탄소감축 프로젝트를 국제 인증 체계에 등록하며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확대에 나섰다. 화석연료 기반 난방을 전기 히트펌프로 전환해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을 줄이고, 이를 배출권으로 인정받아 수익화하는 구조다.
LG전자는 국제 탄소배출권 인증기관 골드스탠다드에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활용한 연료 전환 기반 탄소감축 프로젝트' 등록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국내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 인증센터를 통해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이번에는 국제 인증으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사업장 배출을 직접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가스·기름 보일러 등 화석연료 난방을 전기 히트펌프로 대체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감축 효과를 배출권화하는 모델이다. 다만 프로젝트 등록만으로 배출권이 즉시 발급되는 것은 아니며, 이해관계자 협의와 제3자 검증, 설계·성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
히트펌프는 공기·물·지열 등 외부 열원을 활용해 난방을 구현하는 설비로, 기존 화석연료 연소 방식보다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히트펌프는 일반 가스보일러보다 3~5배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으며, 건물 난방은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의 6분의 1 이상과 연결돼 있다.
LG전자는 고효율 히트펌프 판매를 통해 절감된 에너지 사용량을 기반으로 탄소배출권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확보한 배출권 일부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수익화하고, 이를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실제 확보 물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히트펌프 1대당 감축량이 설치 지역의 기후와 전력 배출계수, 기존 난방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국제 인증 이후 구체적인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주거용 공기열원 히트펌프의 가구당 연간 탄소감축 효과를 평균 2.5~4.4톤 수준으로 추산했다.
LG전자는 2013년부터 고효율 가전을 통해 탄소배출권 확보를 추진해왔으며, 지난해부터 히트펌프를 활용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이번에 국제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모습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4.6% 줄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외 사업장 배출량(Scope 1·2)은 91만톤으로, 목표치인 87만8000톤에 근접한 수준이다.
히트펌프를 포함한 냉난방공조 사업도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HVAC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를 별도 회사로 재편했으며,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관련 사업 매출은 9조원대를 기록했다.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유럽 히트펌프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로 단기 조정을 겪고 있으나, 누적 보급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40여개국에서 주거용 히트펌프를 판매하고 있으며, 유럽 HVAC 기업 플랙트그룹 인수도 추진 중이다. 현지에서는 보쉬, 바일란트, 비스만 등 기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 친환경 전략이 아니라 히트펌프 판매 확대와 탄소배출권 사업을 결합한 수익 모델 다변화 시도로 보고 있다. 제품 효율 경쟁을 넘어 감축량 인증과 배출권 사업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할 경우 가전·공조 기업의 사업 영역이 탄소 금융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프로젝트 등록을 위한 이해관계자 협의회를 열고 사업 배경과 감축 산정 방식, 인증 절차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온라인으로도 중계되며 사전 안내 페이지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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