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애플, "과도한 규제"...최신 AI 출시 중단하며 반발
오는 8월 '고위험 AI' 강력 감시 돌입, 위반 시 '폭탄 과징금'
영업비밀 침해와 법적 불확실성...
미국 빅테크 기업들 '유럽 패싱, 유럽 서비스 보이콧' 조짐
시민 안전 확보와 기술 낙후 사이 딜레마, 미-유럽 무역 갈등 격화
[초이스경제 김지영 기자] 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EU의 AI 규제법이 혁신을 저해하고 법적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최신 AI 서비스의 유럽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철회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특히 유럽 내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와 고위험 AI에 대한 과도한 투명성 요구가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반발의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파이낸셜 타임즈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3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하면서 "특히 오는 8월 2일부터는 의료, 채용, 금융 등 민감 분야의 '고위험AI'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함께 본격적인 공적 집행 및 과징금 부과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전면 시행 단계에 진입하면 규정 위반 기업은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7% 또는 3500만 유로 중 더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야 하며, 이는 기존의 그 어떤 디지털 규제보다 강력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메타가 유럽의 규제 환경을 이유로 자사의 최신 멀티모달 AI 모델을 유럽 시장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이 '기술적 철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 또한 '애플 인텔리전스'의 주요 기능을 EU 지역에서 차단하며,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상호운용성 기준이 사용자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구글 역시 자사의 AI 검색 기능인 'AI 오버뷰'를 100개국 이상에 출시하면서도 규제 리스크가 큰 유럽 지역은 출시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선별적 서비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EU의 규제가 '유럽을 기술적 낙후 지역(Tech Laggard)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 본토와의 서비스 격차를 정치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원회는 기업들의 부담을 일부 완화하기 위해 고위험 AI 관련 일부 조항의 시행을 16개월 연장하는 '디지털 옴니버스' 패키지를 제안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이미 적용 중인 범용 AI(GPAI)에 대한 투명성 의무와 저작권 준수 요건은 수정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개발사들의 압박은 여전한 상태다.
외신들은 오는 8월 2일 고위험 AI 규정 발효 시점이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유지할지, 아니면 대규모 서비스 축소를 단행할지를 결정하는 '운명의 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등도 유럽 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험 AI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기능들에 대한 출시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미 트럼프 행정부 또한 EU의 이러한 움직임을 미국 기업에 대한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고, 보복 조치를 시사하는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럽 내 스타트업들조차 복잡한 규제 준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미국이나 아시아로 거점을 옮기는 '엑소더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U AI 사무국은 현재 기업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분야별 세부 지침을 마련 중이나, 빅테크와 당국 간의 해석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위험 AI 시스템은 앞으로 출시 전 반드시 적합성 평가를 거쳐야 하며, 모든 위험 관리 과정을 문서화하여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또한 AI 시스템이 내린 결정에 대해 사용자가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설명요구권'이 강화되어 기업들의 알고리즘 관리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 갈등이 지속될 경우 유럽 소비자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지만, 가장 뒤처진 AI 기술을 사용하게 되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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