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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공시, 공약은 ‘신속 추진’ 로드맵은 ‘늦장 추진’ [왜냐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재명 정부는 ‘한국형 인공지능 전환’(K-AX)와 ‘한국형 녹색 전환’(K-GX)으로 설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금융의 ‘늦장 추진’과 그린워싱을 방치하는 이번 로드맵 초안을 반드시 전면...

ESG공시, 공약은 ‘신속 추진’ 로드맵은 ‘늦장 추진’ [왜냐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채이배 | 전 국회의원·기후재정포럼 책임연구위원

지난 1월 코스피 5천포인트가 달성된 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5천선이 유지되고 있다. 코스피 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이재명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이었다.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충실 의무를 확대하고, 최근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등 정부·여당은 오랜 숙제를 드디어 해냈다. 이로써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기대가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큰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이에스지)에 대한 책임과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자본시장은 이미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넘어 이에스지를 아우르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투자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늦장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은 후에야 지난 2월 이에스지 공시 기준 로드맵 초안을 발표하고, 이마저 재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소극적인 내용에 그쳐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로드맵 초안의 가장 큰 문제는 공시 의무화의 시점과 대상이 턱없이 좁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2028년(2027회계연도)부터 자산총액(연결 기준) 30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부터 공시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전체 상장사의 약 7%인 58개사에 불과하며, 그중 절반 정도가 금융회사로 실질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탄소 다배출 기업을 포괄하지 못한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는 기후 위험이 크고 공시 경험이 축적된 대형 상장사를 폭넓게 포함해야 한다. 2028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을 시작하여 다음 해 2조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2조원 이상 기업들(257개사, 약 31%)은 대부분 유럽연합의 우선 적용 기준에 해당하며, 이미 자율적으로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어 공시 부담을 이유로 늦출 단계가 아니다.

두번째 쟁점은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Scope 3) 공시다. 금융위는 산정 인프라 구축 등을 이유로 2031년부터 공시를 시작하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스코프3은 기업의 탄소 감축 실효성을 판단하는 핵심 정보다. 이미 로드맵에 고탄소 업종이 아닌 소기업 면제와 추정 정보 활용에 대한 면책 조항이 포함된 만큼, 유예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여 2029년부터는 공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시의 신뢰성을 담보할 채널의 문제다. 금융위는 제재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일정 기간 ‘거래소 공시’로 운영한 뒤 추후 법정 공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거래소 공시는 법적 불확실성을 키워 오히려 제도의 안착을 저해할 수 있다. 기업 부담을 더는 면책 조항까지 있으니, 올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법정 공시로 출발해야 한다.

이에스지 공시는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공통 언어’다. 주요국들이 이미 법정 공시를 시행하거나 확정한 상황에서, 한국만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국제 규제 대응력과 투자 매력도를 잃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마저도 이번 로드맵 초안은 장기투자자로서 최소한의 정보를 얻기 위해 ‘보완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재명 정부는 ‘한국형 인공지능 전환’(K-AX)와 ‘한국형 녹색 전환’(K-GX)으로 설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금융의 ‘늦장 추진’과 그린워싱을 방치하는 이번 로드맵 초안을 반드시 전면 보완해 이에스지 공시를 신속 추진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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