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EBITDA 금액이 10% 넘게 감소한 가운데 센서 표준화를 통한 자율주행 전략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테슬라가 국내서 모델S·X, 사이버트럭 등에 카메라 비전 기반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활성화시킨 만큼 현대차와 테슬라간 자율주행 분야 기술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해당 전략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자율주행차 개발에 우여곡절을 수차례 겪었다. 2021~2023년 고속도로와 간선도로에서 활용 가능한 자율주행 3단계 수준의 고속도로자율주행(HDP) 주행보조(ADAS) 도입을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 등을 통해 추진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무산됐다.
HDP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 상태를 조건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주행 가능한 특징을 가졌다. 개발 초기 사용 가능 범위가 시속 80㎞로 알려졌지만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실주행 데이터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HDP 양산이 무산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시장을 사로잡을 만한 ADAS 기능을 내놓지 못했다. 비상상황 감지 시 자동 정차를 돕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2'만이 현대차의 ADAS 개발 대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플레오스25 컨퍼런스를 통해 '아트리아AI' 자율주행 시스템 기반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개발 전략을 내놨다. 이 전략은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와 포티투닷 중심으로 이뤄졌다. 아트리아AI 기반 전략은 2026년 SDV 페이스카(시험운행 차량)에 우선 적용된 뒤 2028년 아이오닉5 2세대 양산 모델에 적용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은 비감독형 FSD 보편화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대비 약 2년 이상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6년 2월 23일부터 현대차·기아 AVP본부와 포티투닷을 이끌게 된 박민우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현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 가운데 '센서 표준화'를 핵심 과제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차량별로 센서 위치와 센서 규격을 표준화하면 빠른 시일 내에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센서가 차량마다 다른 위치에 있으면 자율주행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만약 서로 다른 차종에서 같은 종류의 센서가 부착된다면 별도의 가공 과정이 줄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센서 배치와 규격이 일정해야 차종별로 수집된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축적하고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이미 차량의 A필러와 B필러 등 정해진 위치에 카메라 기반 비전 시스템이 구현돼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고, 이를 토대로 FSD 기능이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있다.
박 사장이 최근 강조한 메시지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5일 현대차·기아 AVP 본부가 위치한 판교 테크원타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진정한 모빌리티 혁신은 확장 가능한 하드웨어와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완전히 유기적으로 융합될 때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센서 표준화와 아트리아AI 소프트웨어 고도화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2025년 연간 EBITDA는 16조8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6.2%로 전년 대비 1.9%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도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센서 표준화는 차량 개발과 데이터 학습 체계를 단순화해 수익성 방어와 개발 효율 제고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현대차가 EBITDA 방어와 자율주행 개발 효율 제고를 동시에 노린다면 카메라 비전 중심의 표준화 체계를 확대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현대차는 박 사장에 대해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에서 컴퓨터 비전 기반 자율주행 분야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양산과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 세계적인 기술 리더"라고 평가했다.
비전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 강화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대목으로 읽힌다. 일부 학계에서는 고도화된 자율주행 단계에서 레이더·라이다를 병행하는 센서 융합 전략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테슬라가 카메라 비전 중심의 자율주행 체계를 앞세워 실제 데이터 축적과 소프트웨어 고도화 속도를 높여온 만큼, 현대차 역시 비슷한 방향의 하드웨어 표준화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센서 표준화 전략은 광주광역시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사업'에서 우선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사업에서 현대차그룹은 광주시 내 대규모 실증을 기반으로 양질의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광주시 자율주행 실증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량 및 운영 데이터를 개발사들과 공유한다"고 밝혔다. 실증사업 과정에서 차량 데이터 축적과 공유 체계가 본격화될 경우 향후 현대차그룹의 센서 표준화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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