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사옥 전경.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고강도 체질 개선과 정부 물가 안정 기조 동참을 동시에 추진하며 위기 돌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설탕·밀가루 담합 과징금 폭탄까지 맞은 가운데, 윤석환 대표 주도로 파괴적 혁신을 선언하면서 밀가루, 설탕, 식용류 등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한 민생 대응까지 병행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단순한 실적 방어가 아니라 생존을 건 근본적 재탄생 전략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7조3426억원(대한통운 포함)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조2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손실 4170억원을 냈다. 이는 2007년 CJ로부터 인적분할된 이후 최초 연간 순손실로, 식품·바이오 사업 동반 부진이 주원인이다. 국내 식품은 소비 침체와 원가 상승으로 타격을 받았고, 바이오 사업은 중국 공급 과잉 여파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해외 식품 매출은 역대 최대를 경신했으나 내수 부진을 메우지 못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가 겹쳤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설탕 가격 담합으로 15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윤석환 대표는 실적 발표 직후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우리는 지금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절박한 위기 상황"이라며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은 변화로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없다"며 사업 구조 최적화, 재무 구조 근본 개선, 조직 문화 재건을 3대 과제로 제시했다.
윤석환 대표
이 위기 인식을 실행으로 옮긴 첫 조치가 미래혁신사무국 신설이다. 지난 3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출범한 이 조직은 CFO를 비롯해 식품·바이오 사업 관리, 재무, 인사 등 임원급 13명으로 구성됐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회사 전략 방향을 전면 점검하면서 △수익·성장 중심 사업 구조 재편(비핵심 자산 매각·유동화 포함) △현금 흐름 강화 및 사업 효율화 △조직 문화 혁신과 신상필벌 체계 구축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전략 방향성을 체크하는 앵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경영진단 강화와 유사한 최고위층 주도 쇄신으로 보인다.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사업 모델·조직 운영 방식의 근본 재설계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그룹 모태이자 캐시카우에서 위기 계열사로 전락한 만큼, 이번 개편 성공 여부가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위기 대응의 또 다른 축은 민생 물가 안정 동참이다. CJ제일제당은 올 초부터 밀가루 가격을 단계적으로 대폭 인하했다. 어려운 경영 상황이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소비자용(B2C) 백설 하얀설탕, 갈색설탕 등 총 15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5% 내렸고, 백설 포도씨유, 백설 카놀라유 등 제품 2종, 4개 품목 가격을 최대 6% 인하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의 투트랙 전략은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 동참을 통해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미래혁신사무국을 통한 구조 쇄신으로 수익성 회복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징금 부담과 바이오 사업 부진 지속, 글로벌 원재료 변동성 등 변수도 산적해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매출이 소폭 증가하나 영업이익은 추가 감소할 가능성을 점치고, 목표주가를 26만~27만원대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해외 식품사업(역대 최대 매출 달성)이 유일한 성장축으로 꼽히는 가운데, 윤 대표의 '파괴적 혁신'이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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