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푸젠성 닝더에 소재한 CATL 배터리셀 공장 ‘Z기지’. 닝더=정다은 특파원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CATL)의 본사가 위치한 중국 푸젠성 닝더가 유엔 산하기구 평가에서 ASML의 본사가 있는 에인트호번을 제치고 세계 3위 혁신도시에 올랐다.
16일 상관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닝더는 최근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2026년 글로벌 혁신지수’의 혁신 집약도 순위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와 영국 케임브리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혁신 집약도는 특허와 학술논문, 벤처캐피털(VC) 투자 등 혁신 활동의 총량을 인구수로 나눠 산출한 지표다.
이어 보스턴과 옥스퍼드·샌디에이고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의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은 8위, LG에너지솔루션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위치한 대전은 10위를 기록했다. 순위에서 새너제이는 구글, 케임브리지는 Arm, 닝더는 CATL, 대전은 LG에너지솔루션이 주요 특허 출원 기업으로 등장했다. 에인트호번에는 필립스에 이어 ASML이 주요 기업이었다.
푸젠성 동부의 작은 해안도시인 닝더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성내 국내총생산(GDP) 만년 꼴찌 도시였다. 하지만 시정부가 닝더 출신인 쩡위췬 회장을 설득해 2011년 CATL을 유치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바뀌었다. 2012년 GDP 1000억 위안을 돌파했고 지난해 4251억 7200만 위안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닝더의 GDP 성장률에 대한 배터리·전기차 등 공업 부가가치의 기여율은 78.8%에 달했다.
다만 학술논문과 벤처투자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연구개발(R&D) 대부분이 CATL 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연구 성과가 논문을 건너뛰고 특허 출원과 제품 상용화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대, 케임브리지에는 케임브리지대, 보스턴에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 명문대가 자리 잡고 있지만 닝더에는 이에 견줄 만한 대학이 없다. 벤처투자 역시 대기업인 CATL이 주도하면서 독립적인 스타트업과 VC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결국 CATL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과제로 꼽힌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은 과거 필립스 본거지였지만 1990년대 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본사를 암스테르담으로 옮기면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후 ASML과 NXP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재편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36kr은 “닝더가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CATL이 산업 호황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라며 “에인트호번이 단일 기업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약 30년이 걸렸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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