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석 (주)엑셈 대표 sisa@sisajournal.com]
베테랑 기술자의 '감각'이 생산성을 결정
흩어진 암묵지, 제조 경쟁력의 마지막 퍼즐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기관사는 선박의 심장인 주기관(엔진)과 발전기, 각종 설비의 운전·정비·관리 등 업무를 담당한다. 오랜 세월 기관사로 종사한 이에게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관실의 이상 유무를 어떻게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장갑을 벗고 거친 손을 엔진 외벽에 가만히 대며 "오늘은 떨림의 박자가 정상"이라고 했다. 이상이 있을 때는 떨림의 박자가 평소와 다르다고 했다. 진동의 수준을 통해 기관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선박의 정비 매뉴얼에는 '엔진의 떨림이 거칠어질 경우 손바닥을 대보고 이상하다고 느끼면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면 된다'는 설명은 없다. 오랜 세월 출항과 입항, 잔잔한 파도와 거친 풍랑을 겪으며 기계와 교감해 몸으로 익힌 베테랑 기관사만의 감각이다. 기록되지 않고 평가되기 어렵지만 정말 소중한 지혜가 바로 '암묵지(tacit knowledge)'다.
헝가리 출신의 화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이클 폴라니는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암묵지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즉 말하거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명시적 지식(형식지) 외에 경험과 직관을 통해 얻는 비언어적 지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누구든 익히고 나면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실제 자전거 타는 법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암묵지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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