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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AI는 사람 마음 알지 못해 빌려준 돈 못 받아”... 금융 소외 계층 돕...

개발도상국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소액 금융 서비스(마이크로파이낸스)를 표방한 일본의 핀테크 스타트업 ‘고조앤컴퍼니(이하 고조)’의 신태준(45)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재일 교포 3세인 신 CEO의 국적은...

“AI는 사람 마음 알지 못해 빌려준 돈 못 받아”... 금융 소외 계층 돕...

4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알로프트 서울 강남에서 재일 교포 3세 신태준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 '고조앤컴퍼니' 창업자가 본지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신 창업자가 들고 있는 것은 일본 재입국허가증이다. /박성원 기자

“AI(인공지능)를 쓰면 빌려준 돈을 못 받을 확률이 더 높아요. 어떤 사람이 돈을 갚을지는 사람만이 알거든요.”

AI가 금융의 미래를 설계하고 비대면 디지털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람과 직접 대면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 오프라인 지점을 늘리는 기업인이 있다. 개발도상국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소액 금융 서비스(마이크로파이낸스)를 표방한 일본의 핀테크 스타트업 ‘고조앤컴퍼니(이하 고조)’의 신태준(45)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재일 교포 3세인 신 CEO의 국적은 한국도, 일본도 아니다. 1945년 해방 후 조부모 세대의 국적을 이어받아 현재 조선(朝鮮) 국적의 ‘난민’이자 일본 영주권자다. 여권이 없는 신 CEO는 일본 재입국 허가증(Re-Entry Permit)을 들고 전 세계 나라를 돌면서 까다로운 입국 심사대를 뚫고 다닌다. 신 CEO는 난민 지위를 버릴 생각이 없다. 기회의 불평등이라는 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전 세계 금융 소외 계층의 ‘민간 세계은행’을 꿈꾸는 신 CEO를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알로프트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사람은 사람이 제일 잘 안다”

2014년 설립된 고조는 인도와 조지아 등 7국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액 대출을 제공한다. 작년 매출 약 4000억원, 영업이익 약 409억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실질 대손율(빌려준 돈을 못 받는 비율)이다. 업계 평균이 4~5%인 데 반해 고조는 2% 수준이다. 100만원을 빌려주면 98만원을 회수한다는 것이다. 비결은 아날로그 영업방식이다.

직원은 직접 고객이 사는 마을을 찾아 이웃들과 고객 평판에 대해 얘기한다. 커뮤니티 속 평판은 연봉처럼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해서다. 은행 같은 금융 회사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줄일 때 고조가 되레 오프라인 지점을 늘리는 이유다. 현재 고조의 오프라인 지점은 전 세계에 2000개 정도 된다.

신 CEO는 “AI를 활용한 비대면 디지털 대출은 돈을 빌려주는 쪽과 돈을 빌리는 쪽 모두 편리하긴 하지만, 실질 대손율이 10%를 넘는다”며 “사람이 직접 찾아가 고객과 이웃 관계를 살피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대출 회수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고객 90%가 여성, 소액 대출은 생존 마중물

고조의 고객 90%는 여성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다. 남성 우월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여성은 정규 교육조차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높은 월급을 받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 여성에게 소액 대출은 단순한 자금을 넘어 생존 자체라고 한다. 신 CEO는 “고객들은 보통 300~500달러 정도를 빌려 닭이나 돼지를 사서 작은 농장을 꾸린다”며 “1만원짜리 닭 한 마리가 낳는 달걀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대출도 갚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금융의 마중물”이라고 말했다.

◇CEO 지분 100% 사회 환원 약속

회사 이름인 고조(Gojo)는 유교의 다섯 가지 덕목인 인의예지신을 뜻하는 오상(五常)의 일본어 발음이다. 같은 도덕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소액 대출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어려운 사람들의 고혈을 짜내는 사업이라는 비판이다.

신 CEO는 고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부여되는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하며 투명성을 공인받았다. 신 CEO는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 CEO는 앞으로 자신의 지분 100%를 재단에 기부하고 사회적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 CEO는 “국적이 없거나, 개발도상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기회의 불평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이 당당히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문턱을 낮춰주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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