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애플의 R&D 지출은 매출의 10%를 넘어섰으며, 이는 최소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NBC는 6일(현지시간) 애플의 올해 3월 분기 R&D 지출은 매출 대비 10.3%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분기 7.6%, 지난해 같은 기간 9%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17%였지만, R&D 지출은 34% 늘어나며 두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애플이 AI 경쟁에 뒤늦게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애플이 AI 연구개발 측면에서 다른 빅테크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다”라며 “이는 애플 내부에서 AI 신제품 개발에 대한 긴박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주요 빅테크들의 최근 분기 평균 R&D 증가율은 29% 수준이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이 AI 경쟁 속에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애플도 이런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팀 쿡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분명히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라며 “R&D는 회사 성장률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투자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R&D 확대가 앞으로 공개될 AI 기반 제품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올해 말 대대적인 '시리' 업그레이드와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투자자들은 애플이 소프트웨어 개선을 넘어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AI 중심 웨어러블 기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스마트 안경과 펜던트형 기기, 카메라 탑재 에어팟 등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상황은 애플의 초기 아이팟 시절과 비교되기도 한다. 애플은 2001년 첫 아이팟 공개 이후 R&D 비중을 매출 대비 5%에서 8%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후 아이튠즈와 함께 음악 시장을 혁신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당시 애플은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이라는 폼팩터 혁신을 추진하고 있었다”라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규모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히트 상품인 아이팟은 수백만대 판매 수준이었지만, 미래의 AI 안경이나 AI 핀은 수억대 시장이 될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AI 인프라 투자 규모에서는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매년 수천억달러 규모의 자본 지출(CAPEX)을 집행하고 있지만, 애플은 지난 두 분기 동안 43억달러(약 6조원)만 투자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약 60억달러(약 8조6000억원)보다 감소한 수준이다.
애플에서는 자체 AI 모델과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 개발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오펜하이머는 애플이 온디바이스 AI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자체 칩 기반 에이전트형 AI, 개인정보 보호 중심 AI 기술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가 점차 클라우드에서 사용자 기기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측과 맞닿아 있다. 애플은 자체 생태계인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내부에 AI를 통합함으로써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다.
또 다른 변화는 재무 전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케반 파렉 애플 CFO는 최근 회사가 더 이상 ‘순 현금 중립(net cash neutral)’ 전략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을 쌓아두기보다 미래를 위해 적극 투자하겠다는 선언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6월 열리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로 향하고 있다. 애플은 이 행사에서 새로운 AI 기능과 서비스, 차세대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 쿡 CEO는 미래 제품 전략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미래 로드맵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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