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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신약개발 '도구' 넘어 '독립 주체'로...전주기 혁신 가속화

2024년 AI 연구자들이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휩쓴 사건은 인공지능이 더 이상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과학적 발견의 핵심 주체임을 공표한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제 AI를 단순한...

AI, 신약개발 '도구' 넘어 '독립 주체'로...전주기 혁신 가속화

[팜뉴스=김응민 기자] 2024년 AI 연구자들이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휩쓴 사건은 인공지능이 더 이상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과학적 발견의 핵심 주체임을 공표한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제 AI를 단순한 '디지털 도구'에서 '조력자', 나아가 함께 협업하는 '팀원'의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게티이미지

지난 1일 킨텍스에서 열린 'Pharma 4.0 AI Leadership Summit'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 표준희 원장은 "신약개발 전주기에서 AI가 자율성을 갖춘 독립적 연구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업계의 기민한 대응을 주문했다.

신약개발에 뛰어 드는 글로벌 빅테크…"생명의 언어 이해하는 시대"

현재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마켓스앤드마켓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2023년 8억 8800만 달러에서 2025년 15억 8400만 달러, 2027년에는 40억 3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45.7%에 달한다.

특히 과거 신약개발 접점이 없던 구글,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신약개발에 뛰어들며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인 '알파폴드3'를 넘어, 신약개발 데이터셋을 파인튜닝한 LLM 모델 '젬마(Gemma)'를 선보였다. 이는 자연어 질의를 통해 약물과 질환의 관계, 독성 여부 등을 예측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유전체학 플랫폼 'Evo2'를 통해 DNA 시퀀스를 이해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했다. 특정 시퀀스를 입력하면 질환 위험성과 단백질 기능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원하는 기능을 가진 시퀀스를 직접 생성하는, 이른바 '생명 창조'의 영역까지 기술이 확장되고 있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AI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은 AI를 활용해 단 13개월 만에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미 AI 투자를 통해 신약개발 기간을 평균 2~3년 단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는 10~15년이 소요되는 전체 공정에서 매우 혁신적인 진보로 평가받는다.

표준희 AI신약연구원장

후보물질 탐색부터 제조·품질까지, AI 전주기 통합

주목할 점은 AI의 영향력이 더 이상 초기 후보물질 탐색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AI는 급속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임상시험 고도화, 공급망 관리, 제조 품질 관리(QC), 영업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상시험 및 허가 단계에서는 최근 미국 FDA는 동물실험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AI 및 오가노이드(인간 장기 유사구조물) 기반 시험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간 오가노이드의 경우 간독성 예측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또한 AI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적합한 환자 코호트를 선별하고, 가상 환자군 설계를 통한 시뮬레이션(합성대조군)을 수행함으로써 임상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음으로 퀀텀 컴퓨팅과 뉴모달리티에서는 타겟팅이 어려운 'KRAS' 변이 등에 대해 퀀텀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신규 물질 디자인이 시도되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 대장균을 사멸시키는 바이러스를 AI로 직접 디자인하는 등 생명체 설계의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mRNA 구조 최적화나 항체(Antibody) 구조 예측 등 뉴모달리티 분야에서도 AI는 안정적인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자율 실험실 'SDL', 연구의 End-to-End 자동화 구현

이뿐만이 아니다.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한 '자율 실험실(Self-Driving Lab, SDL)'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

자율 연구실(SDL)은 AI, 로보틱스, 고속 실험 자동화 기술 및 데이터 관리 체계가 통합된 지능형 시스템으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실험의 설계·수행·분석을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이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실험을 계획하고 로봇을 활용해 후보물질 샘플링과 합성을 진행한 뒤, 다시 평가 수치를 반복 학습해 최적의 실험 경로를 찾아감으로써 신약 개발의 효율성과 공정 최적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혁신적인 연구 체계다.

SDL은 이른바 'DMTA 사이클'을 스스로 반복하며 최적의 결과를 도출한다.

Design(설계)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조건을 도출하고 실험 계획 수립

Make(제조)

로봇이 설계된 프로토콜에 따라 물질 합성 및 제작

Test(실험)

자동화 분석 시스템(HPLC 등)으로 데이터 확보

Analyze(분석)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다음 실험 조건을 개선 및 재설계

해외에서는 이미 글로벌 빅파마들이 앞장서 실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일례로 노바티스(Novartis)의 경우 'MicroCycle' 플랫폼을 통해 23개 프로젝트에서 2744개 이상의 화합물을 자율적으로 합성·평가하는 실적을 냈다. 이러한 시스템은 모든 실험 과정(성공 및 실패 데이터 포함)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무궁무진한 활용 가치를 창출한다.

국내 제약업계, 데이터 장벽 극복 & 협력 생태계 구축해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 간, 혹은 기업 내 부서 간 데이터가 단절되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현상이다. 고품질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특히 '실패 데이터'에 대한 문서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표 원장은 "향후 5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의사결정 체계 전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구조 설계' 경쟁이 될 것"이라며 "명확한 비즈니스 목적을 정의한 뒤 그에 맞는 데이터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내 생태계는 글로벌 빅파마와 달리 각 주체(제약사, AI 개발자, 데이터 공급자, 인프라 제공자)가 분절되어 있어, 이들을 유기적으로 잇는 협업 토양이 필수적이다. 기술적으로는 기기 간 상호 운용성을 위한 API 확보, 로봇 작동의 안전성, 특허 보호를 위한 보안 체계, 그리고 0.1mg 단위의 정밀 제어를 수행할 전문 엔지니어 확보 등이 해결해야 할 실무적 과제로 꼽혔다.

끝으로 표 원장은 "과거에는 실험실과 데이터가 분절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데이터와 실험의 완전한 통합인 엔드-투-엔드(End-to-End) 자동화가 실현 가능한 시대"라며 "AI가 가설 설정부터 실험, 분석까지 주도하는 '에이전트 시대'에 맞춘 국내 제약사들의 전략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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