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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AI 속도조절, 속내는 달라도 채널은 열었다

올여름 인공지능(AI) 업계에는 사고 소식이 잇따랐다. 7월 허깅페이스 서버 침입의 주체가 OpenAI의 AI 에이전트로 확인됐고, 8월 OpenAI는 차세대 모델의 강화학습을 멈췄다.

AI 속도조절, 속내는 달라도 채널은 열었다

AI 속도조절, 속내는 달라도 채널은 열었다

김흥빈 배재대 방위사업학과 초빙교수

2026년 09월 27일(일) 22:00

올여름 인공지능(AI) 업계에는 사고 소식이 잇따랐다. 7월 허깅페이스 서버 침입의 주체가 OpenAI의 AI 에이전트로 확인됐고, 8월 OpenAI는 차세대 모델의 강화학습을 멈췄다. 9월 12일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가 최첨단 AI 모델 개발의 ‘속도조절’을 제안하자 알트먼과 머스크, 하사비스가 호응했다. 겉으로는 한목소리를 내지만 저마다 셈법은 다르다.

기업의 속내는 멈추지 않고 검증만 받겠다는 쪽이다. 아모데이의 글에는 얼마나, 언제까지 늦출지가 빠져 있다. 요지는 외부 평가기관 인력을 연구소에 상주시키고 업계가 스스로 안전 기준을 맞추자는 것이다. 정부보다 업계가 먼저 규칙을 쓰겠다는 뜻이고, 선두 기업이 판을 굳히려 한다는 의심도 여기서 나온다.

워싱턴은 속도조절을 중국에 길을 비켜 주는 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정책 전담 책임자를 두겠다면서도 산업을 막는 조치는 없다고 못 박았고, 회담 직전에는 AI를 ‘지금 그대로 두고 싶다’고 적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중국이 이기면 모레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위험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국가안보급 AI 사고를 서로 알리자는 제안을 중국에 먼저 내민 쪽도 베센트였다.

베이징도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 ‘AI 플러스’ 계획으로 2030년까지 AI 에이전트·지능형 단말 보급률 90%를 내걸었고, 올해 시작된 15차 5개년 계획도 AI와 반도체 자립에 힘을 싣는다. 속도조절론은 미국 우위를 굳히려는 ‘공포 조장’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런 시진핑 주석이 회담에서는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공동 관리를 말했다. 개발을 늦추자는 말이 아니다. 국가가 운전대를 쥐고, 규칙도 미국 혼자 쓰게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로 경계하지 말자’는 말에는 반도체 수출통제를 풀라는 요구도 담겨 있다.

UN의 셈은 또 다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9월 22일 마지막 총회 연설에서 ‘책임 있는 속도조절’과 독립적 감독을 촉구했다. 규칙을 주도할 힘은 없지만 그 규칙을 따라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나라들의 요구다. 다만 강제력이 없다.

정작 속도를 늦추겠다는 쪽은 어디에도 없다. 이 동상이몽이 겹치는 곳은 한 군데뿐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에 난 사고가 오판을 거쳐 충돌로 번지는 일만은 막자는 것이다.

이번 회담의 AI 성과도 딱 그만큼이었다. 백악관 팩트시트에 따르면 양국은 ‘초지능(SI) 대화’를 신설하고, 초지능 관련 사고에 대비한 양자 소통 채널을 두기로 했다. 다음 협의는 11월까지 열린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AI 대화를 이어가자는 말만 있을 뿐 사고 채널은 보이지 않는다. 이름부터 백악관은 ‘초지능’, 중국은 ‘인공지능’이다. 전화선을 깔면서도 속내는 여기서 또 갈린다.

1963년 미·소 핫라인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고 나서야 깔렸다. AI는 위기 전에 전화선부터 놓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핵무기는 국가가 쥐고 있었지만 AI 사고는 기업이 먼저 안다. 무엇을 사고로 볼지 정하지 못하면 전화기는 울릴 일이 없다. 전장에서 교전 규칙보다 피아 식별이 먼저인 것과 같은 이치다.

시선을 한반도로 돌리면 사정은 더 어둡다. 2023년 4월 북한이 응답을 끊은 뒤 남북 연락채널은 사실상 멈춰 있고, 9·19 군사합의는 2024년 6월 효력이 정지됐다. 그 사이 북한은 2026~2030년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서 AI 기반 무인공격체계를 앞세웠다. 무인기 한 대가 곧바로 군사적 긴장으로 번지는 곳이 한반도다. 여기에 알고리즘이 판단을 거드는 무기가 더해지면 오판에 이르는 시간도 그만큼 짧아진다.

미·중이 연 채널은 이 위험까지 걸러 주지 못한다. 양측 발표문 모두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 적었지만 거기까지다. 논의 대상은 두 나라 사이의 사고와 비국가행위자의 위협일 뿐, 북한의 AI 무기나 AI를 앞세운 사이버 공격은 사각지대에 남는다. 한미 동맹 안에 AI 사고를 공유하는 체계를 따로 세워야 하고, 무엇을 AI 사고로 볼지의 기준도 우리가 먼저 내놓아야 한다.

한국은 2024년 서울에서 제2차 ‘군사 분야 AI의 책임 있는 이용(REAIM)’ 고위급회의를 열었고 미국과 중국이 빠진 올해 2월 제3차 회의 선언에도 서명했다. 그 기준을 제안할 명분은 이미 쌓아 두었다.

미국과 중국은 속내가 달라도 전화선만큼은 깔았다. 한반도에는 그 전화선마저 끊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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