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최진 기자|최근 글로벌 마케팅 시장에서는 최첨단 기술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로 인한 피로감을 어떻게 비껴가느냐가 새로운 경쟁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날로그적 가치를 조명하거나, 기존의 브랜드 문법을 유쾌하게 뒤틀어 낯설게 만드는 시도들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AI 만능주의 속에서 인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브랜드부터 언어의 장벽을 허문 타이포그래피, 관공서까지 등판시킨 파격적인 B급 연출 등 최근 주목받는 국내외 주요 마케팅 사례를 꼽았다.
백마켓의 'Downgrade now(지금 다운그레이드 하세요)' 캠페인. 사진=X, @tfadell(좌), @raywongy(우)
백마켓, “지금 다운그레이드 하세요”… 테크 피로감 속 아날로그의 역습
글로벌 리퍼비시(수리와 검증을 마친 환불·중고 제품) 테크 브랜드 ‘백마켓(Back Market)’이 첨단 기술과 AI 만능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을 향해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들은 최신 스마트폰 대신 화면이 없는 ‘아이팟 셔플’을 끝없는 알고리즘 릴스 지옥에서 벗어날 솔루션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게임보이’의 AB 버튼에서 착안해 “AI보다 AB가 낫다(AB>AI)”는 도발적인 카피를 내세웠다.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인공지능이 양산하는 이른바 ‘슬롭(Slop, 질 낮은 콘텐츠)’에 가려 잊혀지고 있는 기술의 단순하고 인간적인 이점을 조명한 것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 진행되는 이번 글로벌 캠페인은 현대 테크 마케팅의 문법 자체에 도전하려는 백마켓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에게 최적화와 획일성을 강요하는 빅테크 문화 속에서 리퍼비시 기기를 '가장 인간적인 대안’으로 브랜딩 해냈다. 테크의 미래가 반드시 더 높은 스펙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주며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뒤흔든 사례다.
영화 '얼굴' 일본 포스터. 사진=顔 사이트 캡처
한글과 일본어의 경계를 허물다… 영화 '얼굴' 일본 포스터
지난해 9월 국내 개봉했던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이 오는 8월 28일 일본 개봉을 앞두고 국경을 초월한 타이포그래피 포스터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일본판 포스터는 일본어로 얼굴을 뜻하는 한자 ‘顔(카오)’에 한글 ‘얼굴’의 자음과 모음 형태가 절묘하게 겹쳐 보이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서로 다른 두 언어를 시각적으로 동화시킨 이 독창적인 레이아웃은 국내외 영화 팬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디자인"이라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두 나라의 관객 모두에게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로컬라이징 마케팅의 훌륭한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유괴단과 SKT가 협업한 'baro 로밍' 광고. 영상=돌고래유괴단 유튜브 채널
돌고래유괴단과 함께한 멜로 장인의 파격 변신, 그리고 SKT의 파격 혜택
세련된 이미지로 ‘멜로 장인’이라 불리던 배우 지창욱이 SK텔레콤의 ‘baro 로밍’ 광고에서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B급 감성의 S급'으로 불리는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과 손잡은 이번 광고는 지창욱이 공항 한복판에서 "스마트폰 발사"라고 외치고 'SKT' 문양이 그려지는 등 90년대 만화 '마동왕 그랑조트'를 패러디한 연출을 선보였다. 지창욱이 눈에서 레이저를 뿜는 등 평소 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장면에 네티즌들은 “지창욱도 저러는데 내가 뭐라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한편 해당 영상에는 외교부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항에서 변신할 때는 기합 소리를 절반으로 줄여주세요”라며 공항 에티켓을 알리는 댓글을 남겨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창욱은 해당 광고에서 ‘첫 로밍 고객 70% 할인’과 같은 실질적인 혜택도 언급하며 대중의 뇌리에 해당 서비스를 유쾌하고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영화 '마이클' 개봉을 맞아 앰부시 마케팅을 펼친 브랜드들. 사진=각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팝의 황제를 향한 오마주… 글로벌 브랜드들의 ‘마이클’ 앰부시 마케팅
지난 13일 개봉한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 다양한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정체성을 담은 재치 있는 오마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맥도날드 말레이시아는 자사의 상징인 감자튀김으로 잭슨의 시그니처 포즈를 형상화했고, 교촌치킨 말레이시아는 닭다리와 페도라 모자, 핀 조명을 조합해 마이클 잭슨의 무대를 연상시켰다. 페루의 도미노 피자는 배달 기사를 마이클 잭슨으로 변신시키는 등 글로벌 F&B 브랜드들의 유쾌한 변주가 돋보였다.
F&B 브랜드 외에도 여러 브랜드가 흐름에 올라탔다. 현대자동차 페루는 은빛 장갑을 낀 손으로 자동차 기어를 잡은 모습과 함께 “현대와 함께라면 모든 여정이 왕 답다”는 카피를 선보였다. BIC 브라질 역시 볼펜으로 그린 잭슨의 드로잉과 함께 “멈추지 않는 클래식”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영화의 화제성을 자사 제품의 클래식한 가치로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링크를 디지털 꽃다발에 담아 보낼 수 있는 서비스 '링크 부케(Link Bouguet)'. 사진=링크 부케 사이트 캡처
취향을 선물하는 디지털 꽃다발…‘링크 부케(Link Bouquet)’ 서비스
단순히 텍스트나 URL 나열에 그쳤던 ‘링크 공유’가 감성적인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링크 부케(Link Bouquet)’는 사용자가 여러 개의 URL을 모으면 이를 한 다발의 디지털 꽃다발로 시각화해 주는 신개념 링크 공유 서비스다. 획일적인 프로필 링크 서비스들 사이에서 사용자가 직접 배경색과 꽃의 스타일을 골라 자신의 디지털 취향을 하나의 아름다운 오브제로 완성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부여했다.
이 서비스는 개성과 취향의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의 성향을 정확히 저격했다는 분석이다. 정보를 건조하게 전달하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상, 글을 ‘꽃다발’이라는 낭만적인 매개체로 변환해 선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하나의 새로운 디지털 소통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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