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플레너리부터 삼성·SK 신약 도전까지
글로벌 무대서 플랫폼 경쟁력 입증
글로벌 항암 연구의 흐름을 가늠하는 AACR 2026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항암제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오는 4월 17일부터 2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6)'는 전 세계 140여 개국 연구자와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암 연구 학술대회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와 함께 글로벌 3대 암 학회로 꼽히며, 항암 신약 개발의 방향성과 기술 트렌드를 확인하는 핵심 무대로 평가된다.
올해 AACR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항체약물접합체(ADC), CAR-T, RNA 치료제,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앞세워 존재감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특히 단순 후보물질 공개를 넘어 플랫폼 기술의 차별성과 글로벌 임상 진입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6)가 오는 4월 17일부터 2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제작: 청년의사 with 챗 GPT).
플레너리 세션 HLB그룹, 알지노믹스 등 '구두 발표'에 나서
HLB그룹은 이번 AACR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내 기업 중 하나다. 그룹 계열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고형암 CAR-T 치료제 'SynKIR-110'의 1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공개하며, 해당 연구는 핵심 세션인 플레너리 세션에 선정됐다.
SynKIR-110은 KIR-CAR 플랫폼 기반으로 설계된 차세대 CAR-T로,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돼 온 T세포 탈진 문제를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같은 계열의 혈액암 CAR-T ‘SynKIR-310’ 전임상 결과와 교모세포종 대상 연구까지 포함해 총 4건의 연구가 발표되며, 세포치료제 플랫폼 확장성을 동시에 입증할 계획이다.
엘레바 테라퓨틱스 역시 FGFR2 표적 항암물질 ‘리라푸그라티닙’의 선택성 분석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미 글로벌 2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RNA 교정 기술 기반의 기업 알지노믹스 또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구두 발표를 확정했다. 알지노믹스는 자사의 RNA 트랜스 스플라이싱 기술을 적용한 간세포암 치료제 'RZ-001'의 1b/2a상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RZ-001은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텔로머라제(hTERT) mRNA를 표적해 암세포를 사멸시키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복합 기전을 갖는다.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및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만큼 첫 임상 데이터에 글로벌 연구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SK,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 본격화
이번 학회에서는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넥틴(Nectin)-4 타깃 ADC 후보물질인 'SBE303'의 비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Nectin-4는 요로상피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타깃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서는 첫 파이프라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SBE303의 유의미한 효능과 안전성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신약 개발 가능성을 선보일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폐암 전이 억제 신약 파이프라인 'SKL35501'에 대한 연구 성과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이 물질은 대장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NTSR1을 표적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약처로부터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완료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 본격적인 환자 투여가 시작될 예정이다.
전임상 데이터는 SKL35501의 유의미한 효능을 뒷받침한다. 대장암(HCT116) 동물 모델에서 SKL35501은 투여 58일 차에 75%의 부분관해(PR)를 기록하며, 0%의 PR을 보인 경쟁 약물 대비 유의미한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 전립선암(PC-3) 모델에서도 63%의 PR과 13%의 완전관해(CR)를 달성하며 유의미한 생존율 개선 결과를 보였다.
ADC 글로벌 경쟁 가세한 리가켐·에이비엘·지놈앤컴퍼니
항암제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BCMA 표적 ADC 파이프라인 2종(LCB14-2524, LCB14-2516)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한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기존 승인 약물 대비 유의미한 효능을 보이면서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된 안구독성을 현저히 낮춘 것이 특징으로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서 글로벌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이중항체 기반 ADC 'ABL206'과 'ABL209'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한다. 두 파이프라인은 각각 B7-H3·ROR1, EGFR·MUC1을 동시에 타깃하는 구조로, 비임상에서 기존 단일항체 ADC 대비 향상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지놈앤컴퍼니는 CNTN4, ITGB4 등 신규 타깃을 겨냥한 ADC 파이프라인과 함께 이중항체 ADC ‘GENB-120’을 처음 공개한다. 단일 타깃 중심의 기존 ADC에서 벗어나 이중 표적 전략으로 확장하고 있다.
ADC를 넘어 새로운 약물 설계 개념도 등장한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DAC(Degrader Antibody Conjugate) 플랫폼을 통해 기존 ADC의 독성 문제와 내성 한계를 극복하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진씨커·온코닉·큐로셀·루닛 등 다수 기업 포스터 발표로 저력 과시
AI 기반 신약개발 및 진단 영역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활용한 6편의 연구 초록을 발표하며, 단순 가능성 검증을 넘어 실제 임상 적용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전이성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간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HER2 발현 정량 분석, 종양미세환경 평가,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등 구체적 임상 활용 사례를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 및 의료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기반으로 AI 바이오마커가 치료 결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근거를 축적해왔다는 점에서, AI 기술이 항암제 개발과 환자 선별 전략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뮨온시아는 CD47 타깃 항체 'IMC-002'를 통해 차별화된 접근을 제시한다. 기존 CD47 항체의 한계였던 적혈구 결합 및 혈액 독성을 줄이면서 종양 선택성을 높인 것이 특징으로,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포스터 발표를 통해 항암 파이프라인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K-바이오의 저력을 과시한다. 유전자가위 기반 액체생검 기업 진씨커는 학회 현장에 부스를 마련함과 동시에 포스터 발표를 진행하며, 온코닉테라퓨틱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머스트바이오 등도 항암 연구 데이터를 포스터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큐로셀은 서울대와 공동 연구 중인 CD5 타깃 CAR-T 관련 데이터를 선보이며, 코오롱생명과학은 항암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인 'KLS-3021'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또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GI-128' 전임상 데이터, 카나프테라퓨틱스의 'KNP-101', 보로노이의 'VRN10 및 VRN11' 관련 발표가 이어지며, 단백질 구조 설계 전문 기업 갤럭스도 포스터 발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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