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증권사 순익 1년 새 107% 증가
그룹 순익 기여도 7.4%서 14.1%로
KB·우리 자본 확충…신한·하나 협업 강화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계열 증권사를 은행에 이은 핵심 수익원으로 키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가계대출과 자본 규제로 은행 중심 성장에 제약이 커진 데다 코스피 8000 시대를 맞아 증권사의 이익 창출력이 빠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대규모 자본 투입과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그룹의 다음 성장축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21일 각사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의 합산 순이익은 5조32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9300억원보다 8.1% 증가했다. 이 중 계열 증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3641억원에서 7535억원으로 107% 급증했다. 증권사의 이익 증가 속도가 그룹 전체를 크게 웃돌면서 4대 금융 합산 순이익에서 계열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7.4%에서 14.1%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KB증권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4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3.3% 증가했다. KB금융의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18.4%로 뛰었다. 리테일 고객 자산과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자산관리와 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079억원에서 2884억원으로 167.4% 늘었고 그룹 순익 기여도는 7.3%에서 17.8%로 10.5%포인트 상승했다. 주식 거래 활성화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와 운용 수익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나증권의 순이익은 753억원에서 1033억원으로 37.1% 증가했고 하나금융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7%에서 8.5%로 높아졌다. 우리투자증권은 순이익이 1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14배 수준으로 늘면서 그룹 순익 기여도가 0.2%에서 2.3%로 상승했다.
계열 증권사의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증시 활황과 머니무브가 꼽힌다.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면서 주식 거래대금이 늘었고 은행 예금에 머물던 자금도 주식과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상품으로 이동했다. 위탁매매 수수료가 증가한 데 이어 금융상품 판매와 자산관리, 주식·채권 운용 실적도 함께 개선됐다.
자본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기존 '은행 중심 성장'의 구조적 한계도 지주사들이 증권사 육성에 속도를 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자본 규제 강화로 대출자산을 앞세운 외형 확대가 예전만큼 쉽지 않은 데다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이자이익의 변동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비이자이익을 늘려 수익원을 다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열 증권사가 실적 개선을 통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KB·신한·하나금융에서는 증권사가 카드와 보험·캐피탈 계열사를 앞세워 은행 다음으로 많은 순이익을 내는 계열사로 올라섰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증권사에 자본을 투입하며 사업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월 KB증권에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우리금융도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사업을 확대할 자본 기반을 마련했다. 그룹 내 증권 부문의 이익 비중이 가장 작은 우리금융은 향후 사업 성장에 맞춰 추가 자본 확충도 검토할 방침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경영진 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하나금융도 은행과 증권, 캐피탈 등이 참여하는 'Hana One-IB 마켓 포럼'을 통해 기업금융 협업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다만 올해 증권사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이 증시 활황과 거래대금 증가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위탁매매와 운용 수익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금융지주가 투입한 자본을 활용해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 기반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증권사 육성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에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도 넘어야 할 과제다. 증권사가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려면 일정 수준의 위험 인수가 필요하지만 은행지주 연결 기준으로 적용되는 바젤 규제가 자본 활용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은행 계열 증권사와 경쟁하려면 단순히 자본 규모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투입한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젤 규정을 적용받는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본연의 영업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의 운용 비효율은 개별 회사의 문제를 넘어 최적화된 기업 신용공여를 저해하여 생산적 금융의 본질적 기능을 저하할 수 있다. 글로벌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자본 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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