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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50조원 손실 갈림길…노조 총파업 앞둔 삼성, ‘운명의 5월’ 분수령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 안정성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는 만큼 파업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TSMC 등 경쟁사로 거래선이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삼성전자 파업이...

50조원 손실 갈림길…노조 총파업 앞둔 삼성, ‘운명의 5월’ 분수령

삼성바이오·삼성전자 노조, 이달 전면 파업 돌입

성과급 규모 인상·격려금 제시…사측과 의견 ‘팽팽’

이 대통령 “일부 노동자들,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유례없는 노사 충돌로 ‘시계제로’의 위기에 빠졌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두 계열사 노동조합이 나란히 5월 파업을 예고한 탓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동시 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할 경우 손실액이 5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국가 전략 산업 전반의 '셧다운' 공포도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전면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노조 측은 지난달 28~30일 사흘간 자재 소분 담당 조합원 60명이 부분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법원이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해 농축·충전 등 최종 공정에 대한 파업을 제한했지만, 노조는 해당 공정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면 파업에 들어가는 분야는 생산 직무, QC, QA, 연구소, CDO, 공정설비 등이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도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협상 최종 결렬 시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4000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조합원 상당수가 반도체 사업 DS부문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의 핵심 요구는 연봉의 50%로 설정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제 폐지와 연간 영업이익의 15% 지급이다. 사측은 영업이익 10% 이상을 재원으로 활용하며 메모리 사업부에는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요구는 더 광범위하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주요 경영·인사권 행사 시 노조 사전 동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총 6.2%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20% 규모 성과급, 격려금 200%를 제시하고 있다. 인사·제도, 경영권 운영 합의에 대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업에 따른 손실 규모가 10조~30조원에서 장기화할 경우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도 지난달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으로 18일 생산이 멈출 경우 20조~30조원 규모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300조원임을 감안하면, 하루 약 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2018년 평택 공장 정전사고 당시 28분간의 단기 정전으로도 약 5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18일에 달하는 총파업의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황도 심각하다. 사측은 파업 시 위약금과 연쇄 계약 해지, 대체 생산처 확보 비용까지 고려해 약 6400억원의 손실을 추산했다. 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5808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앞서 부분 파업 때도 공정 업무를 위해선 자재 소분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에 차질이 생기면서 신규 배치(생산 단위) 실패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금전 손실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글로벌 신뢰도 하락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파업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과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팹 특성상 무너진 클린룸 상태 복구와 수백 대 정밀 장비의 영점 재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 안정성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는 만큼 파업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TSMC 등 경쟁사로 거래선이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23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크레인에 올라 투쟁사를 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 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편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9.3%가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관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는 한 번 경쟁력에서 밀리면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고 회복 못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삼성 노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비판했다.

파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한 가운데 노조 행보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총파업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수장이 동시에 해외로 휴가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 내부에서 “중대한 시기에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 불참자 색출 의혹으로도 도마에 올랐다. ‘부서원 근태 조회’ 시스템을 통해 임직원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해 집회 미참여 인원을 가려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최승호 위원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자들을 명단으로 관리하겠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사측은 한 직원이 타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단 자료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고, 불이익을 줄 의도가 명백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부로 해당 부서원 근태 조회 기능을 중단했으며,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5월 총파업 관련 리스크에 대해 “전담조직과 체계 통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대응하고 있다”며 “노사 현안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노조와의 대화를 우선해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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