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NICE 신용평가
전국 주택 미분양 지형이 크게 뒤바뀌고 있다. 4년 전 고위험군이던 대구·인천·대전은 내려가고 부산·광주·제주가 새 고위험군으로 올라섰다. 과거의 공급 주기에 따라 위험지역도 이동하는 양상이다. 다만 수치가 달라졌더라도 지방 분양시장 침체가 고착화될 위험은 미분양 위험등급에 관계없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ICE신용평가가 지난 16일 발행한 ‘미(未)의 늪에 빠진 건설업' 보고서에서 서울 제외 204개 시·군·구를 분석한 데 따르면 2022년 말 미분양 고위험군이던 대구와 인천, 대전은 올해 6월 기준 모두 중위험군이 된 반면 당시 중위험군이던 부산·제주와 저위험군이던 광주가 고위험군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KB부동산, 부동산114 자료를 근거로 미분양 증가와 준공후 미분양 비중, 향후 1년 입주물량, 아파트값 하락, 인구 순유출 등 5개 항목 중 4~5개 해당 시 위험, 2~3개 해당 시 잠재위험으로 분류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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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린 데만 몰립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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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도가 두드러진 건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다. NICE는 부산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위험과 잠재위험 그룹 합산 비중이 80%를 상회하고 있어 가장 높은 수준 위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해 부산 사상구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난 6월 지정했다가 2개월만에 해제했고, 이달도 강서구를 새로 지정했다.
부산의 특징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극과 극'이라는 점이다. 국민일보가 1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대표적으로 부산 동구는 미분양이 지난해 7월 210가구였던게 올해 동월 545가구로 159.5% 급증했다. 전부가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다. 아파트 가격도 1.36% 하락했고 인구 역시 3년간 3.23%가 순유출됐다. 사상구 역시 미분양이 443가구에서 1243가구로 180.6% 늘었고 가격은 1.87% 하락, 인구도 3.94% 빠졌다. 향후 1년 입주예정 물량도 과거보다 많다.
반면 같은 도시 연제구는 준공후 미분양이 7월 기준 없었고 인구도 3년간 4.77%에 달하는 1만102명이 순유입됐다. 동래구도 미분양 자체는 늘었지만 준공후 비중은 9.9%에 그치고 아파트값은 4.01% 상승했다. 앞선 지역들과 판이한 분위기다.
‘만성 환자’ 광주, ‘투자 증발’ 제주
부산과 달리 광주는 도시 전반에 위기가 깔렸다. NICE에 따르면 광주는 ‘위험’으로 분류된 곳은 없지만 잠재위험 지역이 도시의 80%였다. 전체 미분양은 2022년 말 291가구에서 올해 6월 1245가구가 됐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자료상 광주의 준공후 미분양 비중은 서구 약 98.6%, 북구 약 96.4%, 남구 59.3%, 광산구 37.2%였다. 미분양 자체가 최근 폭증했다기보다 지은 뒤 팔리지 않은 물량 비중이 전체적으로 높다.
이는 단순 공급과잉보다 지역 수요 기반 자체가 약해진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주는 젊은층 유출에 따라 절대적인 수요층이 감소했다. 그 수요층마저 신축에 쏠렸기 때문에 기존 구축 주택을 팔려고 해도 사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구축을 팔아 미분양될 신축으로 갈아탈 연쇄거래 자체가 막혔다”고 말했다.
제주는 광주보다도 악성 미분양이 더 뚜렷하다. 국민일보 분석에 따르면 7월 제주시 미분양 2299가구 중 1367가구(59.5%), 서귀포시 1004가구 중 997가구(99.3%)가 준공후 미분양으로 분류됐다. 아파트 가격지수도 1년 전보다 제주시가 약 2.0%, 서귀포시가 약 2.7% 하락했다. 모두 미분양 증가·준공후 미분양·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다만 사유는 좀 다르다. 황 위원은 “제주는 과거 투자수요가 많다 보니 투자적인 목적으로 공급을 많이 했다”며 “실수요 위주의 아파트가 아니라 타운하우스(단독주택 여러 채가 정원·도로 등 시설을 공유한 형태) 같이 외지인 수요를 겨냥한 공급이라 미분양의 특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과거 투자·외지인 수요를 유인하려 공급된 물량이 소화되지 못해 준공후 미분양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부산 동구 주택가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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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달리 2022년 말 기준 고위험군이던 대구·인천·대전은 모두 중위험군으로 하향됐다. NICE는 대표적으로 한때 ‘미분양의 무덤’이던 대구에서 2023년 초 약 1만4000가구이던 미분양이 올해 6월 4383가구로 줄고 단기간 내 입주예정 물량도 감소해 다소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미분양 위험이 한 곳에 고착되지 않고 분양과 준공, 입주로 이어지는 공급 사이클을 따라 이동한 결과가 현재의 미분양 위험 지역 재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겉보기에 위험도가 낮아진 곳도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공급이 줄어 신규 미분양은 덜 늘 수 있지만, 이미 쌓인 물량이 준공후 미분양과 미입주로 넘어가고 수요 기반마저 약해지면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황 위원은 대구를 예로 들며 “신규 공급이 없으니 미분양은 자연스레 줄었지만, 대신 남은 미분양이 준공후 미분양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분양만 관리하면 되는 단계가 아니라 수요를 활성화해야 하는 상태”라면서 “결국 다음 위험지역을 가르는 것은 단순 공급량보다 지역 일자리와 실수요 기반”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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