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키움그룹과 CJ그룹, 신세계 등이 중앙일보 인수전에 참여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CJ는 선대 이병철 회장의 창간 정신을 이어가고 미디어콘텐츠, 물류, 광고 등 사업적 시너지 등을 고려해 공동 참여를 결정했다.”
중앙일보 최종 우선협상자(우협)로 선정된 다우키움그룹과 컨소시엄을 맺은 CJ그룹이 지난 20일 밝힌 공식 입장이다. 같은 날 ㈜신세계 역시 CJ그룹이 갖게 될 중앙일보 지분 일부를 사는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범삼성가가 중앙일보 인수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병철 전 삼성·중앙일보 창업주의 손주들이 ‘중앙일보 구하기’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CJ그룹은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의 아들 이재현씨가 회장이고, ㈜신세계는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씨의 딸 정유경씨가 회장이다. 이로써 삼성에서 1999년 계열 분리돼 홍석현·홍정도 오너일가가 이끌어온 중앙일보가 27년 만에 다시 범삼성가의 품으로 돌아갔다.
컨소시엄 방식으로 참여한 범삼성가
중앙일보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9일 밤 10시30분 경 다우키움그룹과 CJ그룹 컨소시엄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최종입찰계약서를 받았는데, 숏리스트 6곳(오리온홀딩스·삼프로TV·다우키움그룹·금보개발·글로벌세아·OK금융그룹) 모두 본입찰에 참여했다. 본입찰 마감 3일 전인 지난 16일 다우키움그룹이 CJ그룹과 컨소시엄을 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강력한 우선협상자 후보로 떠올랐고 이변은 없었다. 다우키움그룹과 CJ그룹 컨소시엄은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신주 인수가를 5000억 원으로 적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일보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글로벌세아, 다우키움그룹과 CJ그룹 컨소시엄, 삼프로TV, 오리온, OK금융그룹, 금보개발. 해당 기업들을 언급하며 중앙일보 인수전에 참여하는 모습의 이미지를 요청한 결과물.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이미 중앙일보 주식을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라는 계열사를 통해 9.24% 갖고 있는 CJ그룹은 중앙일보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예비입찰에 뛰어들지 않았다. 다우키움그룹이 상호출자제한기업이라 5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CJ그룹이 다우키움그룹과 손잡은 것이다. 우협 선정이 끝난 뒤 CJ그룹의 지분에 ㈜신세계가 컨소시엄으로 들어왔는데, ㈜신세계 역시 기타 지분 중 약 0.06%에 해당하는 약 4000주를 갖고 있다.
대기업 세곳 지분 95%, 향후 변수는
이로써 중앙일보의 주주 구성은 다우키움그룹(47.5%)과 CJ그룹(34.7%), 신세계(12.8%) 등 세 곳의 대기업 주축(총 95%)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은 5%로 쪼그라 든다.
다만 변수는 있다. 중앙일보의 최대주주인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앙홀딩스(64.73%)의 감자가 서울회생법원을 통해 허가가 나야 이 같은 주식 비율이 확정된다. 또 기존 주주인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15.63%)과 재단법인 중앙화동재단(홍석현 회장 쪽) 1.69% 역시 감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 중앙일보와 채권단의 워크아웃 협약 기간은 오는 11월8일까지다.
CJ는 ‘선대 회장 유지’와 ‘사업적 시너지’ 두 가지를 인수전 참여 배경으로 밝혔는데 어느 측면을 우선했는지는 불분명하다. CJ는 엔터테인먼트, 영화관, 방송, 콘텐츠 스튜디오 등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고 신세계는 백화점, 패션, 뷰티 등 미디어와 연계할 수 있는 사업군을 두고 있다. 중앙일보가 엘리베이터 및 옥외 광고망인 타운보드를 보유하고 있고 많은 유료구독자를 확보한 점을 고려해도 신문사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명확하지는 않다. 추후 이들 기업의 주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21일 미디어오늘에 “CJ그룹에 이어 신세계까지 들어오는 걸 보면서 이 회사들이 정말 중앙일보 인수가 자신들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인수한 건지, 선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의 회사를 찾아오는 데 의의를 뒀는지 궁금해졌다”며 “중앙일보를 인수하는 데 주식회사 CJ와 주식회사 신세계의 돈을 쓸 거라면 주주들과 그룹사에 도움이 되는지 치열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그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편집규약 제정·저널리즘 역량 강화 등 수용해야”
중앙일보 구성원들은 수천억 원의 채무를 갚을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하루빨리 주주를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
중앙일보 노동조합 내 매각 대응 TF의 장주영 단장은 지난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단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데까지) 저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고 판단했다. 거기에 대한 아쉬움은 계속 갖고 있다”라는 점을 짚었다.
▲지난 16일자 중앙노보.
우협 선정 전인 지난 14일 중앙일보 노동조합은 간담회를 열었는데 매각 절차에서 “구성원 목소리 빠졌다. 두고 볼 수 없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어 노조는 삼일회계법인이 숏리스트 기업들에 ‘노조와의 직접적인 미팅 또는 개별 회신은 NDA(비밀유지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진행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라고 전한 사실을 두고도 지적했다.
장주영 단장은 “이들(세 곳의 주주)이 대화 의지를 보여주면 노조는 계속 대화를 요구할 거다. 노조는 이미 노보를 통해 10대 원칙을 발표했다. 제일 첫 번째 스텝은 채널을 만들어서 빨리 보는 거다. 편집권 독립부터 해서 고용안정 등 차근차근 같이 이야기해서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오는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노조가 발표한) 10대 원칙 중에 안 중요한 건 없다. 경중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다. (새 주주들이) 다 수용을 해주셔야 하는 부분이다. 저희가 노보에 쓴 건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노조는 △편집규약 제정 및 독립기구 설치 △경영·편집 직군 겸직 금지 △인위적 구조조정 금지 및 직원 100% 고용 승계 △근로조건 변경 시 노사 협의 강화 △기존 복지와 처우 수준 유지 △퇴직연금 재원 100% 확보 △인수금융 최소화 원칙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 제시 △취재 인력 충원 및 저널리즘 역량 강화 △노조와 공식적인 소통 채널 설치 등을 요구했다.
특히 내부에선 편집권 보장과 대주주 견제를 위한 편집위원회 설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일보의 A 기자는 “편집권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모색할 틈이 열렸다. 이를 주장하는 후배 기수들이 많아진 것 같다. 노조 확대 필요성, 기수별 모임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벌 일가 소유 대기업이 사실상 신문사를 인수하게 되는 상황이라 편집권 문제는 추후에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기업회생 중인 JTBC 차례, 범삼성가 나설까
JTBC는 이달 중 매각 공고를 낸다고 밝혔으나, 오는 11월 중 매각 공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JTBC 관계자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조속한 M&A를 위해 10월 매각 공고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최적의 시점은 매각자문사와 계속 논의 중이며 회생 절차에 따라 일부 유동적일 수 있다. 매각 공고는 법원과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와 달리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JTBC는 절차마다 서울회생법원의 동의를 얻으며 진행해야 한다.
중앙일보와 한 그룹 안에 있던 JTBC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중앙일보를 범삼성가가 나서 인수자로 나선 만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JTBC는 홍정도 회장의 소유인 중앙홀딩스 25.01%, ㈜디와이홀딩스 6.52%, ㈜중앙일보 4.99%, 기타 63.48%로 구성됐다. 방송법상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은 종편채널의 주식 3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고, 중견기업은 40%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JTBC가 빚이 많아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이 인수에 나서주면 좋은 상황이지만 대기업 입장에선 종편채널 주식을 30% 밖에 갖지 못하면 매력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고 해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부터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주식을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업계획서부터 시작해서 방미통위에 출석해서 왜 방송사를 인수하려고 하는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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