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혁우의 부동산 읽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30세대에게 ‘첫 집 마련’은 큰 딜레마다. 누구나 소셜미디어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역세권 도심의 신축 아파트를 꿈꾸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 거주의 편의성과 가치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내 몸이 편안한 집’과 ‘장기적으로 자산 가치가 성장하는 집’의 기준을 분리하고, 현 상황과 성향에 맞춰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만약 미래의 자산 증식을 위해 현재의 쾌적함을 어느 정도 양보할 의지가 있다면, 이른바 ‘몸테크(몸+재테크)’라 불리는 방식은 젊은 시절 반드시 고려해 볼 만한 전략적 선택지다. 몸테크란 당장의 주거 환경은 다소 열악하더라도 향후 철도나 도로 등 핵심 인프라가 확충될 교통의 요지나, 재개발 및 재건축을 통해 가치가 비약적으로 재평가될 잠재력을 품은 낡은 주택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젊은 시절의 고생을 미래의 자본으로 치환하는 이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입지’와 ‘사업성’을 분석하는 안목이 필수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질 입지를 선별하는 건 물론이고, 등기부등본 표제부에 명시된 ‘대지권(대지지분)’의 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지권이 넓다는 것은 향후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을 때 조합원이 나눠 가질 수 있는 땅의 몫이 크다는 걸 의미하며, 이는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당장의 삶의 질과 거주의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면 ‘환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 집이 평생의 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자녀의 출산이나 직장의 이동 등에 따라 향후 더 나은 입지나 넓은 평수의 주거 상품으로 교체하는 이른바 ‘갈아타기’를 시도하게 되는데, 이때 원하는 시점에 집을 수월하게 매도하기 위해서는 환금성이 중요하다.
환금성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는 불황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최근 3~4년, 특히 금리가 급등하며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던 2022년부터 2023년 초까지의 하락장 당시에도 세대수 대비 거래량이 꾸준히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희소성을 갖추었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같은 20평대 아파트라도 방 3개와 화장실 2개를 갖춘 계단식 구조의 역세권 아파트는 수요가 풍부해 불황에도 가격 방어력이 뛰어나며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여기에 서비스 면적인 광폭 발코니 설계가 적용되어 실사용 면적이 30평대와 유사하거나, 설계 특화로 ‘높은 천장고’를 갖춘 아파트라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기존 아파트의 일반적인 천장고는 2.2m 수준이거나 거실만 우물형 천장을 적용해 2.3m로 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종 2.4m나 2.5m의 높은 천장고가 적용된 아파트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부동산 불황기에 분양되었던 단지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건설사들은 호황기에는 규격화된 부자재를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 하지만, 불황기에는 미분양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방어하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원가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천장고나 고급 마감재 등 특화 설계를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 ‘조급함’을 경계해야 한다. 상승장이 찾아오면 주변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들로 소외의 공포를 자극하곤 한다. 부동산은 ‘사이클(Cycle)’이 존재하는 자산이다. 부동산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시장에 영원한 상승이나 하락은 없었으며, 적절한 매수 기회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현재 서울 서남권의 핵심 일자리 거점으로 자리 잡은 마곡지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3년 당시 마곡지구는 대외 경제 여건 탓에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며 미분양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2013년 분양 당시 약 4억3000만원이었던 전용 84㎡의 평균 가격은 10여 년이 흐른 현재 15억원을 상회하며 서울의 핵심 입지로 거듭났다. 무조건적으로 “예산에 맞추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매수한다”는 생각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내 가용 금액 범위 내에서 ‘미래 가치가 가장 높은 집’을 사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성공적인 내 집 마련 이후에는 주식 투자를 병행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무리한 소액 부동산 투자는 역전세 발생이나 정비사업 무산 등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가 크므로 지양해야 한다.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의 단점을 유동성이 풍부한 주식으로 보완함으로써 향후 상급지 이동을 위한 종잣돈을 유연하게 마련하고, 시장 하락기에도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우량 기업이나 시장 지수에 적립식 투자를 병행하며 더 나은 부동산으로 갈아탈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조급함을 버리고,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진짜 가치를 읽어내는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길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아파트 가격 차이의 원인을 스스로 분석해 보거나, 평소의 궁금증을 나만의 기준으로 정립해 나간다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훌륭한 투자 인사이트가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미래에 살고 싶은 동네를 미리 답사(임장)하는 습관은, 훗날 찾아올 매수 타이밍을 잡아내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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