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와 에코나우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녹색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매월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제주 문섬 /사진=환경일보DB
[녹색기자단=환경일보] 성유찬 학생기자 = 연구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새로운 생물종을 찾는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주기적으로 국가생물종목록을 갱신하고, 지속적으로 신종이나 미기록종을 추가해 발표한다.
최근 제주 서귀포 문섬 연안에서는 낯선 갑각류들이 발견됐다. 수심 약 40m의 모래 경사면에서 두 생물종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각각 가이시마쏙속 생물과 포르셀라넬라 하이가에이다. 전자는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이며, 후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미기록종이다.
그렇다면 연구자들은 낯선 생물을 발견했을 때 무엇을 근거로 이미 알려진 종인지,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인지를 구별할까. 문섬에서 발견된 두 갑각류의 사례를 따라가며 생물학에서 말하는 ‘발견’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바다조름 사이 작은 갑각류
‘포르셀라넬라 하이가에’는 작은 갑각류인 게붙이류에 속하는 생물이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전북대학교 연구진이 제주도 서귀포시의 문섬 연안을 조사하던 중 발견한 이 생물은 2025년 4월, 수심 약 40m의 모래 경사면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 생물은 바다조름류의 폴립 사이에서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발견된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 미기록종으로 확인됐다.
바다조름류는 산호, 해파리 등과 같은 자포동물의 한 무리를 이른다. 바닷속 퇴적물에 몸을 고정하고 살아간다는 특징이 있으며, 여러 폴립이 모여 하나의 군체를 이룬다. 포르셀라넬라속 게붙이류는 이러한 바다조름과 공생하며 살아가곤 한다.
지역 혹은 국가 등 정해진 지리적 범위 내에서 기존에 서식이 기록되지 않았던 종을 미기록종으로 판단한다.
‘포르셀라넬라 하이가에’는 1963년에 이미 학술적으로 기재된 종으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의 열대 및 아열대 연안에 분포하는 것으로 관찰된 바 있다. 이번 발견의 새로운 점은 우리나라 해역에서 서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2025년 4월 발견된 국내 미기록종 게붙이류 포르셀라넬라 하이가에(Porcellanella haigae) /사진제공=기후에너지환경부 /사진제공=기후에너지환경부
같은 바다 다른 종, 가이시마쏙속
조사를 계속하던 중 약 4개월 뒤인 2025년 8월, 가까운 위치에서 새로운 종이 또 발견됐다. 이번에는 게붙이류가 아닌, 해저 퇴적물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 쏙류를 찾아낸 것이다.
조사 결과 현재까지 단 8종만이 확인된 가이시마쏙속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기존 8종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확인됐다.
쏙은 갯벌이나 바닷속 모래, 진흙과 같이 퇴적물이 많은 지역에서 산다. 이들은 이러한 퇴적물 안에 굴을 파고 생활한다. 이런 생활방식으로 인해 실제로 그곳에 많은 개체가 살더라도 사람 눈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현장에서 연구진은 굴의 분포를 바탕으로 인근 지역에 수천 개체 이상의 이 종이 서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 지역에 상당한 개체가 이미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즉 이와 같이 ‘신종’은 인간의 입장에서 독립된 종임을 새롭게 확인한 것을 부르는 명칭이다.
2025년 8월 발견된 신종 쏙류 오스티노게비아(Austinogebia sp. nov.) /사진제공=기후에너지환경부
같은 ‘새로운 발견’, 무엇이 달랐을까
앞서 만난 두 생물에는 공통점이 많다. 모두 2025년 제주 문섬 연안 조사에서 확인됐고, 국내 생물 기록에 없던 종이라는 점도 같다. 하지만 두 생물이 학계에 남기는 의미는 서로 다르다.
포르셀라넬라 하이가에는 1963년에 이미 학술적으로 기재되어 학명을 가진 종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서식이 보고되어 있었고, 우리나라 바다에도 산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진 것이다.
반면 가이시마쏙속 쏙류는 형태와 유전적 특징이 기존에 알려진 같은 속 8종과 구별되어, 세계 어디에서도 알려진 적 없는 독립된 종으로 판단됐다.
이렇듯 신종은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종을 말하고, 미기록종은 과학계에는 알려져 있으나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는 기록된 적 없던 종을 말한다.
미기록종은 특정 지역에서의 기록 여부가 기준이고, 신종은 과학계에 알려진 종인지 여부가 기준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처음 보는 생물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신종과 미기록종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가 마주한 것은 우선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표본이다. 이 표본이 이미 알려진 종인지, 알려진 종이라면 국내에서 기록된 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분류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처음 보는 생물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
연구자들은 낯선 생물을 마주했을 때 이미 알려진 종인지, 정말 새로운 종인지를 어떻게 판단할까.
연구진은 먼저 채집한 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갑각의 모양이나 다리와 부속지의 구조, 몸의 비율 등 외적 특징을 살핀다.
그런 다음 이를 종을 처음 발표한 원기재 논문과 국내외 도감, 생물 데이터베이스 등 기존 자료들과 대조한다. 포르셀라넬라 하이가에는 이 과정에서 기존 종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미기록종이 됐다.
눈에 띄는 차이가 곧바로 새로운 종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같은 종이라도 암수, 성장 단계, 서식 지역, 환경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유전정보를 함께 활용한다. 생물의 특정 유전자 구간에서 염기서열을 읽어 알려진 종들과 비교하는 DNA 바코딩이나, 여러 종의 서열로 유연관계를 그려내는 계통분석 등이 활용된다.
이번 가이시마쏙속 쏙류에서도 형태와 유전적 특성 양쪽에서 기존 종과의 차이가 확인됐다.
형태나 유전정보, 분포, 생태 등 여러 증거를 함께 검토하는 접근을 통합분류학이라 부른다. 신종으로 판단하려면 기존에 알려진 어떤 종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근거를 하나씩 쌓아야 한다.
멧비둘기의 박제. 생물종은 보존을 위해 위와 같이 표본, 박제 등의 방법으로 그 발견을 기록한다. /사진=성유찬 학생기자
이름 없는 생물이 이름을 얻기까지
근거가 갖춰지면 연구자는 그 종을 학술적으로 기재한다. 종의 형태와 특징을 자세히 기술하고, 가까운 종과 어떤 점이 다른지 밝히며, 발견된 장소와 표본 정보를 적어 논문으로 발표하는 일이다. 이때 속명과 종소명으로 이루어진 학명이 함께 붙는다.
새로운 종을 발표할 때 연구자는 그 종의 기준이 되는 표본을 지정하는데, 이를 홀로타입이라 한다. 홀로타입은 연구기관에 영구히 보존되어 훗날 다른 연구자가 이 종의 정체를 다시 확인해야 할 때 최종 기준이 된다.
국가생물종목록, 그리고 아직 이름 없는 생물들
문섬에서 이뤄진 것과 같은 분류 연구는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국가생물종목록에 오른 국내 생물종은 6만 2604종이며, 2025년 한 해에 새로 등록된 신종만 307종이다.
6만 2604종은 현재까지 확인해 기록한 종의 수이며, 작은 무척추동물이나 미생물, 균류, 조사하기 까다로운 해양생물 등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양성이 남아 있을 것이다.
문섬에서 갑각류 두 종이 확인됐고, 둘 다 ‘새로운 생물의 발견’이라 불리지만 그 내용은 서로 다르다.
포르셀라넬라 하이가에는 이미 알려진 종이 우리나라 바다에도 산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경우이고, 가이시마쏙속 쏙류는 기존에 알려진 어떤 종과도 구별되는 생물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경우다.
두 경우 모두 표본을 채집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표본의 형태를 관찰하고, 기존 문헌과 표본을 대조하고, 필요하면 유전정보까지 비교했다. 이 과정을 마친 뒤에야 그 생물이 무엇인지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신종 발견’은 낯선 생물을 찾아낸 순간에 시작되어, 그 생물이 기존 생물들과 어떤 관계인지 밝히고 하나의 종으로 구별할 근거를 확인함으로써 비로소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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