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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530원 돌파한 환율'···산업계도 비상 걸렸다

이 때문에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 핵심 수출 품목은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석유화학 등은 엎친데 덮친 상황이 됐다. 특히 이들 업종은 모두 기존 중국산 저가 공세로...

'1530원 돌파한 환율'···산업계도 비상 걸렸다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31일 현재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를 돌파하면서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정유와 철강, 석유화학은 최근 중동 전쟁과 유가 상승에 더해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최근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561원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거의 근접하면서 17년만에 가장 높은 환율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중동 전쟁의 장기화 조짐이 보이면서 환율의 상단 고착화나 추가 상승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올해 평균 달러 원 환율 예상치를 1445원에서 1460원으로 변경했다. NH투자증권도 1440원에서 146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 "유가 상승에 환율까지"···숨도 못 쉬는 산업계 =

통상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 중심 기업들은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 핵심 수출 품목은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석유화학 등은 엎친데 덮친 상황이 됐다.

특히 이들 업종은 모두 기존 중국산 저가 공세로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결국 정부 주도의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입과 물류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환율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구조개편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체질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김동춘 LG화학 CEO는 31일 주주총회에서 "향후 2~3년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실행력이 강한 기술 중심 기업으로 LG화학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어떠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과 성장성에서 경쟁사를 앞서는 회사를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수와 대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는 롯데케미칼 역시 선제적 사업개편을 마무리하고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운영 시너지 극대화, R&D 역량 강화, 재무 건전성 제고를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고기능성 스페셜티 화학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해운 등 물류·운송업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운업의 경우 달러 기반 운임 매출이 발생해 환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연료비, 용선료 등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 봉쇄까지 거론되고 있어 운임 폭등과 물동량 감소도 예상되고 있다.

항공업계 역시 달러로 결제하는 연료비와 리스료, 정비비 등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 대한항공 등이 연이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특히 고환율로 해외여행 수요도 줄어들 수 있어 수익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들 항공사는 저수익 노선을 줄이고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 고환율에 직격탄 맞은 中企···"수출 중심 기업도 어렵다" =

경제계에서는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 상승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직접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하는 비중이 많은 만큼 직접 수출에 따른 수혜를 누리는 경우가 드물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환변동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출과 수입을 병행하는 중소기업 중 40.7%가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이는 '이익을 봤다'고 응답한 13.9%의 3배 수준이다. 수출만 하는 기업 중에서도 62.7%는 환율 상승에 '영향 없음'이라고 답했으며 '이익 발생'이라고 답한 곳은 23.1%에 그쳤다.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 환율로 1362.6원이라고 응답했다. 조사 당시 환율인 1400원대에 대해 이미 '부담 구간'이라고 응답한 만큼 1530원대에 이른 현재 환율은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수출보다 수입 기업이 월등히 많은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납품대금연동제 활성화와 원가 부담 완화 중심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1조9374억원의 추경 예산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4622억원은 수출 중소기업 지원에 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출 중소기업 지원에는 기존 6679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주요 지원 내용은 수출바우처(1000억원)와 긴급경영안정자금(2500억원), 신시장진출지원자금(1000억원) 등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총리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재경부의 중동전쟁 관련 비상국정운영 및 대응현황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환율·유가·관세 등 '복합 경제 위기'···정부 '기초체력 다지기' 총력 =

금융계에서는 현재 고환율에 대해 과도한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정부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3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환율에 대해 "환율 수준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중요한 것은 환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시스템이 감내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대신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중동 사태"라며 "유가 상승이 물가에는 상방 압력을, 경기에는 하방 리스크를 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26조2000억원 규모의 '전쟁추경'을 마련하는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30일 '중동전쟁 이후 경제대응책 간담회'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리는 "에너지와 원자재 등 핵심 자원의 공급망을 꼼꼼히 분석해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달라"고 강조했다.

경제계에서도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민·관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관세이슈, 법적·정책적 불확실성 등이 결합된 복합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며 "경제계는 글로벌 통상 현안과 공급망 리스크 대응은 물론,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정부와 ‘원팀’이 되어 비상한 각오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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