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중동 전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특히 고유가 대응과 민생 안정, 산업 공급망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이번 추경이 국채 발행 없이 마련된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진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중동 전쟁이 야기한 중차대한 위기 앞에 우리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오늘로 34일 째"라며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또한 어렵사리 되살린 경제 성장의 불씨가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며 "코스피 지수 5000 돌파에 이어 세계 시장을 이끄는 반도체, 조선 등 우리 기업들의 활약으로 우리 경제가 다시금 비상할 기회를 맞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인해 예상 밖의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특히 에너지 공급 차질이 민생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석유공급 차질로 휘발유, 경유 가격이 급등했고 나프타, 요소 등의 원재료 부족은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 제품과 비료 생산 등 광범위한 민생 현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하고도 단단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며 "비상 상황에는 그야말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따른 정부의 노력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조직을 '비상경제 대응체계'로 전면 전환하고 대외 리스크를 치밀하게 분석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도입하고 나프타·요소 등의 수급 관리 강화와 함께 피해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등 서민 부담 경감과 충격 최소화를 위한 다방면의 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UAE와의 협력을 통한 원유 2400만 배럴 도입을 비롯해 대체 공급선 다변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투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추경안의 규모와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촌음을 아껴가며 준비한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며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들께서 필요로 하는 곳에, 또 적기에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를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 아래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며 "중동 전쟁 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번 추경이 국채 발행 없이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고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3대 패키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국민들의 부담을 덜겠다"며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새로 마련해 고유가, 고물가의 이중 부담을 겪는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지역 우대원칙에 따라 1인당 기본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원 방식에 대해서는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과 골목상권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고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어려운 민생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리기 위해 2조8000억원 규모의 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했다"며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두 배 확대해 적어도 먹을 것이 없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 지원과 공급망 대응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 안보와 직결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해 2조6000억원을 투입하겠다"며 "수출기업과 피해 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잘 견뎌내야 우리 경제에 미래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물류와 자금 지원을 대폭 강화해 뒷받침하겠다"며 "수출 바우처 지원 대상을 두 배 수준인 1만4000개사로 확대하고, 수출 정책금융 7조1000억원,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2800억원을 추가 공급해 기업의 자금 경색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위기를 재생에너지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에너지 위기를 교훈과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융자, 보조를 역대 최대인 1조1000억원까지 확대하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태양광 발전소의 설치와 운영에 참여하는 햇빛소득마을을 약 150개소에서 700개소까지 대폭 확대하겠다며 "산업체질 개선을 위해 산업, 제조 현장에 인공지능 혁신을 확산하고 탄소중립 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에도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향해서도 에너지 절약 등 위기 극복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만큼, 긴 안목과 호흡으로 지금의 위기를 넘고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의 하나 된 힘이 필요하다. 서로가 고통을 나누며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서도 대중교통 이용, 생활 절전과 같은 일상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간곡하게 호소드린다. 숱한 국난을 극복하고,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온 우리 대한 국민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주시도록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국회의 협력을 거듭 요청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며 "이번 예산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적 위기 앞에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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