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비정규직을 2년 뒤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하도록 규정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관련해 "사실상 '2년 이상 절대 고용금지법'이 돼 버렸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서 "보호하자고 만든 제도가 보호는커녕 방치 강제법이 돼버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노동계약 2년이 지나면 정규직 해야 된다는 법 조항이 형식으로는 아주 좋은데 현실로는 고용하는 측이 아예 1년 11개월 딱 잘라가지고 절대로 2년 넘게 계약을 안 한다"며 "바보가 아닌 다음에는 그렇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4~5년, 5년, 10년 쓸 부분도 1년 11개월 쓰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또 1년 11개월 계약하고, 그것도 너무 근접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텀을 많이 길게 둔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고용 관행이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실업을 강제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실업을 강제하는 측면들이 있다"며 "이것을 현실적으로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 논의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산업재해 문제, 미조직 노동자 문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재편 문제 등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정부, 경영계가 진지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고 하는 게 정상적이어야 되는데, 불리한 조건에 있는 사람을 더 불리하게 만들어 가지고 '노동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 정규직에 비해서 비정규직을 훨씬 더 적게 주는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날 자신이 관련 취지의 발언을 한 뒤 기사 댓글을 언급하며 "정규직 된 사람들도 힘들게 정규직 됐는데 왜 비정규직하고 똑같이 취급을 받아야 되느냐, 더 많이 받아야지 이런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게 얘기하면 능력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똑같은 노동을 했는데 누군가를 선발해서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선발되지 못하면 훨씬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선발돼서 좋은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상당히 큰 왜곡이라고 본다"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 덜 받고 또 비정규 기간이 짧을수록 더 적게 받는다. 알바는 더 싸게, 이게 완전히 반대로 돼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계와 정부, 경영계 사이에 누적된 불신을 언급하며 사회적 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는 대화를 잘 안 했다. 싸웠다"며 "싸우니까 편이 갈려 서로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개선은 안 되고 갈등만 격화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 화가 나더라도 팩트에 기반해 상식적인 결론은 서로 내주고 합의할 수 없는 문제는 또 싸워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탈퇴한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갔더니 이용만 당하고 말도 못하게 해놓고 형식적으로 회의 몇 번 하고는 마치 대화를 엄청 한 것처럼 결정해버리니 화가 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방식의 들러리 대화는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조합 조직률 문제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노동조합 조직률이 약 13% 정도인데 미조직 노동자가 80% 이상"이라며 "이분들은 조직도 없고 개별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약자성이 항상 문제가 되는데 해결 방법은 역사적으로 증명돼 있다"며 "조직해서 집단적으로 교섭하고 안 되면 집단 행동으로 실력을 행사하는 것, 이것이 노동3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 노동계에서 제안해 달라. 정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중간 착취 문제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노동을 제공하고 노동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중간에서 상당 부분을 떼는 구조가 많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안전망 강화와 기업의 부담 강화, 그리고 노동계의 유연성 양보 등이 함께 이뤄지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중심을 잡고 책임을 지면서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확인하고 양보하는 만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피지컬 AI 도입에 대해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속도를 내고 세계적으로 앞서가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노동현장에서 보면 노동을 대체하는 반노동 정책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대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어떤 대응 방안이 있는지 노동계가 연구해주면 정부가 정책으로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한 달 동안 전국 현장을 돌며 노동자들을 만나보니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시선이 반신반의에서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며 "노동 안전 대책과 노조법 개정 등 제도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현 정부 정책이 아궁이에 불은 떼는 것 같은데 아직 바닥의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며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명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또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노동영향평가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AI 문제와 관련해 "자동화는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에 노동 현장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 AI 도입은 일자리 변화가 아니라 완전한 소멸을 추구하는 측면이 있어 사회안전망과 노동권, AI 초과 이윤 문제까지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노총 측에서 양경수 위원장과 엄미경 사무총장을 비롯해 엄길용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위원장, 이해준 공무원노조 위원장,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신환섭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위원장,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 이영철 건설산업연맹 위원장,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태환 수석부위원장, 이찬배 민주여성노조 위원장, 김용태 정보경제연맹 위원장,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 홍지욱·함재규·이양수·이미선·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중렬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 김동욱 대학노조 위원장, 이영훈 민주일반연맹 비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용범 정책실장,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문진영 사회수석,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 이옥남 노동비서관, 전은수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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