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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히틀러·유대인·흑인…모두가 ‘다른’ 바그너를 들었다[책과 삶]

1882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의 마지막 음악극 이 초연됐다. 지휘봉을 잡은 사람은 유대인 헤르만 레비였다. 바그너는 악명 높은 반유대주의자였다. 그런데도 기독교의 구원을 다룬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유대인 지휘자에게 맡겼다.

히틀러·유대인·흑인…모두가 ‘다른’ 바그너를 들었다[책과 삶]

바그너주의: 그 현상과 여파로부터

알렉스 로스 지음 | 박정현·오수원·임상훈 옮김 | 마티 | 1120쪽 | 5만5000원

1882년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의 마지막 음악극 <파르지팔>이 초연됐다. 지휘봉을 잡은 사람은 유대인 헤르만 레비였다. 바그너는 악명 높은 반유대주의자였다. 그런데도 기독교의 구원을 다룬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유대인 지휘자에게 맡겼다. 레비는 바그너의 반유대주의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 선구자 듀보이스에게도 바그너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저서 <흑인의 영혼>에서 흑인 청년이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들으며 잠시나마 인종적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을 맛본 경험을 묘사했다. 바그너가 품었던 편견과는 별개로, 그의 음악은 차별받던 사람들에게도 위안과 영감의 원천이 됐다.

19세기 독일 작곡가 바그너(1813~1883)는 음악사의 혁신가이자 숱한 논란을 남긴 인물이다. 히틀러가 숭배했던 작곡가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이것이 바그너의 전부일까. 뉴요커의 음악평론가로 활약해온 저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그너의 다른 얼굴들을 찾아 나섰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자본주의와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읽었다. 여성해방운동가와 성소수자들은 그의 작품을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았다. 철학자 니체는 바그너를 숭배하다 결별했고 시인 보들레르는 그의 음악에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보았다. 바그너는 한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이 해석한 바그너는 저마다 달랐다.

음악가 바그너의 생애나 작품을 설명하는 음악서가 아니다. 그의 음악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문학과 미술, 철학과 정치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만들어냈는지 추적한다. 바그너의 음악과 사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면서 형성된 거대한 문화적 현상이 ‘바그너주의’다. 저자는 바그너의 반유대주의를 덮어두지 않으면서도 그의 예술을 나치즘의 전조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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