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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히야신스의 AI 감식반: AI가 진짜로 일하게 하려면?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에 쌓인 링크들. 노트 앱에 반쯤 적다만 메모. 종이에 휘갈긴 회의 메모. 캡처한 스크린샷. 누가 보내준 PDF. 어디선가 받은 PPT. PPT와 워드는 죄가 없다. 다만, 그 도구들은 사람의 눈에 맞게...

히야신스의 AI 감식반: AI가 진짜로 일하게 하려면?

당신의 PPT는 안녕하신가

러시아의 세계적인 AI 연구자인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성공한 AX(AI Transformation)는 저마다의 이유로 성공하지만, 실패한 AX는 단 하나의 이유로 실패한다.”

그 하나의 실패 원인은 바로 데이터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기관별, 부서별 제각각인 양식과 문서 구조, 글 상자 안의 글 상자. 이런 문서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겨우 기계(LLM)가 읽기 편한 형식으로 바꿀 수 있다.

도형 안에 도형, 그 안에 텍스트 상자, 그 옆에 화살표, 그 밑에 각주. 혹시 지난달 보고서 수정에서 도형 하나 건드렸더니 문서 전체 구조가 와장창 무너진 경험이 있는가. 셀 병합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아 그냥 새로 만들자” 하고 엑셀을 닫고 5초 뒤에 밀려오는 깊은 빡침을 경험해 본 적 있는가. 이건 AI의 문제가 아니라 AI 이전의 문제다. 셀이 이리저리 병합된 엑셀, 이미지로 가득한 PPT, 복잡한 서식의 보고서. 사람 눈에는 보기 좋지만, AI에게는 해독 불가능한 암호문이다.

성공한 AX는 업종도 전략도 도입한 모델도 모두 다르지만, 실패한 AX의 문제는 하나로 귀결된다. AI에게 줄 데이터가 기계가 읽기 힘든 형태라는 것.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처음부터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쓰면 된다. 그리고 그 형태는 이미 20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엑셀이 나쁜 도구라는 뜻은 아니다. 엑셀은 단순히 계산을 빠르게 만들어 준 도구가 아니다. 단순 계산이라면 주판이 더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일터에서 주판이 사라진 것은 엑셀이 단순 계산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엑셀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데이터에 대해 훨씬 복잡하고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다. 도구가 인간 지능을 확장한 사례다.

자료를 기계가 읽기 편하게 바꾸는 고단함에 대하여

각자 자신의 개인적인 자료가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라. 유튜브의 나중에 볼 동영상에 쌓아둔 강의 30개. 크롬 북마크 폴더에 분류도 안 한 채 던져 놓은 웹페이지 50개.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에 쌓인 링크들. 노트 앱에 반쯤 적다만 메모. 종이에 휘갈긴 회의 메모. 캡처한 스크린샷. 누가 보내준 PDF. 어디선가 받은 PPT. PPT와 워드는 죄가 없다. 다만, 그 도구들은 사람의 눈에 맞게 설계되었다. 문제는 이제 문서를 읽는 주체가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부 내가 모은 것이지만 이걸 AI에게 넘기려고 보니 되지 않는다. 그래서 AI에게 내가 모은 자료를 통째로 정리시킬 수가 없다. 유튜브 링크를 던져봐야 AI가 영상을 통째로 보지 못하고, 북마크 폴더를 던져봐야 URL 나열일 뿐이고, 손 글씨 메모는 사진을 찍어서 OCR을 돌려야 겨우 텍스트가 된다. 내 지식의 총합은 상당한데, 그 지식이 기계가 접근할 수 없는 형태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깨끗한 형식을 얻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2004년 존 그루버가 만든 이 경량 마크업 언어는, 원래 블로그 글쓰기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마크다운은 AI 시대의 사실상 표준 문서 형식이 되었다. 챗지피티, 클로드, 제미나이 등 주요 AI가 입력과 출력 모두에서 마크다운을 기본 형식으로 사용한다.

거의 모든 AI 에이전트의 기본 문법이 바로 마크다운 형식이다. 2025년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가 AI 에이전트 메모리의 마크다운 전환이었다. 벡터 DB 같은 복잡한 시스템 대신, 평문.md 파일로 에이전트 상태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화제가 된 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는 작업 내역, 사용자 정보, 에이전트의 성격까지 모두 마크다운 파일로 저장한다. AI가 자신의 기억을 마크다운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역시 CLAUDE.md라는 마크다운 파일 하나로 사용자의 업무 규칙과 선호를 정리한다. 선호하는 문체, 반복되는 실수 방지 규칙을 마크다운으로 적어 두면, AI가 그 취향에 맞춰 작업한다. 사람이 AI에게 말을 거는 형식이 마크다운이고, AI가 자신을 기억하는 형식도 마크다운이다.

{} 기호안에 뭔가 잔뜩 글자들이 들어차 있으면 JSON 형식이다.

이것도 좋지만, 사람이 읽기 어렵다.

AI 에이전트들이 마크다운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사람이 읽을 수 있고, 기계도 읽을 수 있으며,

특정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LLM이 점차 에이전트로 진화함에 따라서, 카파시가 2년 전에 제안한 LLM-OS, 즉 LLM이 운영체제처럼 도구·메모리·에이전트를 관리하는 허브가 되는 개념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 LLM은 하루 24시간, 주 7일 쉬지 않고 수십 개의 에이전트를 직접 부리게 될 것이다. 그 에이전트들의 고객은 사람이 아니다. 에이전트가 읽는 것은 PPT가 아니라 구조화된 텍스트다.

하지만 기본적인 데이터를 갖춰야 제대로 된 자동화가 가능하다. 텔레그램 봇을 만드는 건 수도꼭지를 다는 일이고, 마크다운으로 문서를 쓰는 건 수도관에 깨끗한 물을 연결하는 일이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멋지게 달아도 관에 흙탕물이 흐르면 의미가 없다. AI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 자체는 점점 쉬워지고 있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맞춤형 초강력 에이전트를 누구나 딸깍 한 번으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에이전트에게 먹일 콘텐츠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이를 깨끗한 파이프라인으로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마크다운, AI의 기초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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