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평균 환율 1490원선 육박 ‘역대 4위’…외국인 30조 투매
성장률 1.7%로 ‘하향’…유가 120달러 시 ‘민간 5부제’ 검토
추경·WGBI 편입 승부수…“외환보유액 충분, 불안 금물”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공급망 차질 여파로 한국 경제가 환율 급등, 성장률 하락, 물가 상승이라는 ‘3중고’의 늪에 빠졌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인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가운데,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성장 눈높이를 일제히 낮추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9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의 평균 환율은 1489.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선 역대 4위 수준이다. 특히 이달 들어 원화 가치 하락 폭은 4.72%에 달해 주요국 중 가장 가팔랐다.
중동 리스크에 AI·반도체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에만 코스피에서 역대 최대인 30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 원화 약세를 부채질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성장률 전망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반면 미국은 AI 효과를 반영해 2.0%로 상향 조정해 대조를 이뤘다. 에너지 쇼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한국의 공급망 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에너지 위기도 현실화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에 진입하면 차량 5부제를 민간까지 의무화하는 ‘위기 3단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공공부문에 시행 중인 에너지 절약 조치를 민간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재정’과 ‘금융’ 양면 작전을 펼친다. 우선 고유가와 민생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약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한다.
동시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내달 1일 시작되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편입으로 향후 8개월간 최대 600억 달러(약 90조원)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부총리는 “한국의 외화보유액과 대외 순자산 규모를 고려할 때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확산 시 환율이 155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WGBI 편입 효과가 단기적인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기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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