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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참사 ‘오리발’ 내미는 배불뚝 재벌…환갑 넘어도 맨몸 액션 찍던 ‘톰 형’이죠

영화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주인공 ‘디거’는 괴팍한 자산가다. 3대째 내려온 석유 기업을 운영하는 디거는 곧 죽을 듯한 제 고양이 앞에서만 다정하고, 미국 대통령 앞은 되어야 눈치라도 본다. 화내듯 명령하고, 불편한 진실을 고하는 직원은 힘으로 뭉갠다.

환경 참사 ‘오리발’ 내미는 배불뚝 재벌…환갑 넘어도 맨몸 액션 찍던 ‘톰 형’이죠

이냐리투 감독 ‘디거’서 노인 특수분장

석유 시추로 그린란드 빙하 유럽 위협

“왜 내 탓?”…웃다 찔리는 블랙코미디

영화 <디거>의 석유 재벌 ‘디거’(톰 크루즈)가 청중 앞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디거>(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주인공 ‘디거’는 괴팍한 자산가다. 3대째 내려온 석유 기업을 운영하는 디거는 곧 죽을 듯한 제 고양이 앞에서만 다정하고, 미국 대통령 앞은 되어야 눈치라도 본다. 화내듯 명령하고, 불편한 진실을 고하는 직원은 힘으로 뭉갠다.

너무 자주 봐온 자산가 캐릭터 아니냐고? 백발노인 디거 역을 배우 톰 크루즈(64)가 맡았다는 것이 기시감을 느낄 틈을 없앤다. 지난해 <미션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 공중과 심해를 누비는 맨몸 연기로 영원히 늙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을 보였던 그다.

디거는 불룩한 배에 벗겨진 이마 위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다. 영화 초반, ‘저 사람이 크루즈라고?’ 싶은 놀라움에 특수분장 뒤 가려진 크루즈의 흔적을 눈으로 쫓기 바쁠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와 캐릭터였습니다. 이 정도로 독창성 있는 영화는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내한한 크루즈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크루즈의 내한은 이번이 13번째로, 할리우드 배우 중 한국을 가장 많이 찾았다.

‘할리우드 최다’ 13번째 방한 톰 크루즈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영화 <디거> 개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드맨>(2015),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6)를 연출한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이다. 9년에 걸쳐 준비한 이야기라고 한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분장으로 덮어 내보냈듯, <디거>는 이야기 구조도 이중·삼중의 겹을 두르고 있다.

관객이 제일 먼저 만나는 이야기는 이렇다. 디거의 시추 시설이 있는 그린란드 빙하에서 균열이 발견된다. 회사에 고용된 과학자들이 보고를 해봤자 디거는 “지금 나한테 시추를 중단하라는 거냐”며 노발대발한다. 그사이 떨어져 나간 얼음덩어리가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 유럽 대륙과 충돌할 지경이 되어서야 심각성을 알아차린다.

“그게 왜 내 문제라는 거야!” 억울해하면서 참석한 미국 대통령 이하 고위급 회의에서 촌극이 반복된다. 정장에 빨간 넥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옷차림의 ‘컴슨 대통령’(존 굿맨)도 묻는다. “그게 왜 미국 책임이지?” ‘당신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책임을 피할 길은 없어졌다’고 요약되는 참모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동안에도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을 유발할 빙하 조각은 부지런히 유럽을 향한다.

석유와 녹아내리는 빙하. 직관적으로 환경 문제를 보여주는 소재다. 우스꽝스럽게 극화된 기업가와 정치인들이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이냐리투 감독은 노골적인 블랙코미디로 관객을 끌고 간 다음, 예상치 못한 극중극의 구조를 꺼내 들며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전환에서는 감독의 전작 <버드맨>이 떠오르기도 한다.

연극으로 치면 2막으로 들어서면서 영화는 관객 모두를 비판의 대상이 되는 위치에 앉힌다. 유럽연합(EU) 회의인 듯한 자리에 회부된 디거의 장장 10분짜리 연설이 연극적으로 이어진다. 디거는 당당하게 말한다. “지속 불가능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싶은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 아니냐며, 환경 참사가 정말 “내 탓”이라는 거냐며.

일제히 소리치고 손가락질하는 청중을 꼿꼿이 바라보며 일갈하는 디거는 그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거대한 기업의 대표라는 점에서 위선적이지만, 환경 문제를 일상의 시급한 문제로 느끼지 않는 평범한 사람에게도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크루즈는 이 장면에 대해 “10분짜리 모놀로그를 원테이크로 찍었는데, 네 번 만에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냐리투 감독을 두고 “영화적 리듬을 타고난 사람”이라며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정도의 거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는 ‘인간의 탐욕이 환경을 망치고 끝내 재앙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뻔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우선주의, 물질주의적이며 환경을 경시하는 사회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지만, 냉소적이지는 않다. ‘우리에게 왜 풍자와 웃음이 필요한가’를 직접적으로 묻는 영화는 말한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엉망으로 흘러갈지라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건네는 예술은 계속될 것이며 계속되어야 한다고. 3일 개봉.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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