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6’에서 각국의 홈로봇들이 재량을 뽐냈다. 그중에서도 LG전자의 홈로봇 ‘클로이드(LG CLOiD)’는 두 팔과 다섯 손가락으로 빨래를 개는 정교한 움직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홈로봇은 주부를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클로이드(LG CLOiD)가 빨래를 개는 모습 / LG전자 제공
그 기대감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사전 예약을 시작한 1X 테크놀로지의 휴머노이드 ‘네오(NEO)’가 올해 1월부터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배송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은 홈로봇이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보여줬다. 또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낮췄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인간형 홈로봇의 등장은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긴장감을 준다. 기술 완성도는 빠르게 높아졌으나, 실제 가정으로 들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필요성’과 합리적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 문제나 개인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도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AI의 두뇌로 사람처럼 움직이는 홈로봇
로봇청소기가 바닥을 주 무대로 움직이는 로봇이라면, 이제는 사람처럼 팔이나 다리를 갖고 인공지능(AI)이 결합한 로봇이 등장해 실내는 물론 야외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들고 움직이는 서빙 로봇이나 배달 로봇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올해 CES에서 주목받은 것처럼 직접 물건을 들어 옮기며 소통하는 ‘피지컬 AI’ 시대인 것이다.
아마존의 ‘아스트로(Astro)’ / 아마존 뉴스 유튜브 갈무리
그 시작은 2021년에 등장한 아마존의 ‘아스트로(Astro)’다. 카메라가 달린 바퀴형 로봇으로 집안 보안과 고령층 케어에 집중했다. 여기에는 아마존의 AI인 알렉사가 탑재돼, 로봇청소기와 달리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홈로봇의 가장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홈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Ballie)’ / 삼성전자 제공
2020년 시연됐다가 2024년 업그레이드된 삼성전자의 홈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Ballie)’는 화면 투사와 스마트홈 제어 기능으로, 로봇으로 집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지능형 홈 허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스트로와 비슷한 에나봇의 ‘이보(EBO) X’는 아이와 반려동물 케어를 위해 작고 귀여운 형태로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의 감정을 읽으며, 챗GPT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 ‘반려 로봇’이라는 별명도 있다. 출시된 2023년 당시 CES 혁신상을 받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젠2’ / 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사람과 비슷하게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이 등장한 것은 2023년으로,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젠2’가 출발점이다. 173cm의 키를 가진 옵티머스 젠2는 사람처럼 여러 개의 관절로 이뤄진 손을 이용해 달걀을 옮기는 등 정밀 작업이 가능하며, 공장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CEO인 일론 머스크가 여러 공식 석상이나 인터뷰에서 “2만 달러 수준을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한화로 약 2,000~3,000만 원 수준으로 예상돼, 홈로봇의 상용화가 아직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기술만큼은 점차 진보적으로 발전 중이다. 독일 노이라 로보틱스의 ‘4NE1’은 사람과 비슷한 신체 구조로 되어 있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간과 협력할 수 있는 ‘협동 로봇’의 강점을 보여준다. 디자인 역시 기계보다는 가구에 가까워 가전과 로봇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배송 시작된 ‘네오(NEO)’, 구독으로 상용화 가능성 보여
홈로봇에게 움직임이나 지능만큼 기대되는 것은 ‘상용화’다. 그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뜨거움 감자가 있으니, 바로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네오(NEO)’다.
1X 테크놀로지의 휴머노이드 ‘네오(NEO)’ / 1X 홈페이지 갈무리
네오는 챗GPT로 알려진 오픈AI의 투자를 받아 ‘오픈AI 로봇’으로 불리지만, 인간의 근육 구조를 닮은 만큼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장 큰 차별성이다. 165cm의 키에 몸무게는 30k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고 유연하다.
다양한 집안일을 수행하는 네오의 모습 / 1X 유튜브 갈무리
이런 특징은 가정에서 물건을 옮기며, 청소와 빨래 등 가사 활동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Redwood AI’를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보행, 앉기, 서기, 무릎 꿇기, 계단 오르기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아울러 0.75kWh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 기반 로봇으로, 일반 전기요금 기준 하루 약 1달러 이하 수준을 보여 경제적인 장점도 갖췄다.
네오가 탄생하기까지는 약 2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1X 테크놀로지는 2023년 바퀴형 휴머노이드 ‘이브(EVE)’를 물류, 보안, 의료 분야에 도입해 작동, 인식, 기술 조작 등을 테스트했다. 일종의 시제품인 셈이다.
이후 2024년 8월에 네오의 첫 번째 버전인 ‘네오 베타(NEO Beta)’를 공개, 사람처럼 움직이는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를 선보이면서 홈로봇에 한발 다가섰다.
약 7개월 만인 2025년 디자인 요소를 더한 ‘네오 감마(NEO Gamma)’가 탄생했으며, 같은 해 10월 개인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네오 홈로봇(NEO Home Robot)’이 사전 예약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올해 1월부터 예약 구매자를 대상으로 배송이 시작됐다.
네오를 구입하려면 499달러로 구독하거나 2만 달러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 1X 홈페이지 갈무리
네오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부담스러운 가격을 ‘구독’ 정책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초기 구매자에게는 20,000달러(한화 약 2,700만 원)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한 달에 499달러를 내고 사용하는 서비스형 모델로 도입했다. 이는 한화로 약 70만 원 수준으로, 가전제품 렌탈 비용이나 가사 도우미 인건비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네오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1X 공식 홈페이지에서 200달러의 예약금을 내고 대기해야 한다.
또한, 질의응답 페이지를 보면, 초기에는 요리를 대신해주는 기능이 없이 레시피를 제공하며, 설거지 등의 보조 작업을 수행한다. 또한, 손 부분만 방수가 가능해 습기와 물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 기능적인 부분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보인다.
클로이드(CLOiD), 한국 가정 맞춤이 경쟁력
이번 CES에서 주목받은 LG전자의 ‘클로이드(CLOiD)’는 가사 활동을 돕는 개념의 홈로봇이 아닌, 직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에 가까워, 홈로봇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기업의 홈로봇 사이에서 클로이드의 경쟁력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액추에이터 기술의 정교한 움직임과 LG전자 가전제품과의 연동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이드(CLOiD)가 식사 준비하는 모습 / LG전자 제공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에 비해, 상황에 따라 높일 수 있는 키가 143cm로 설계돼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국의 주거 환경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다.
특히, 클로이드는 두 팔과 다섯 손가락으로 빨래를 개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 것은 물론, 실생활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해 내면서 가사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대감을 높였다.
LG전자가 가전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인 ‘가사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Zero Labor Home, Makes Quality Time)’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클로이드가 홈트레이닝을 돕는 모습 / LG전자 제공
또한, 피지컬 AI답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인식해,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한다. 가사 노동은 물론 홈트레이닝을 할 때 아령 횟수를 세는 등 트레이너의 역할도 한다.
이처럼 홈로봇은 단순한 ‘이동형 기기’를 넘어, 얼마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의 차이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 기술의 차별화는 향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내년 가정집에서 테스트, 상용화는 언제?
클로이드의 스펙은 홈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클로이드가 수건을 개거나 청소를 하고, 냉장고를 열고 물건을 꺼내는 모습의 영상이 SNS에서도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가정집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로봇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일까.
LG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류재철 LG전자 대표 / LG전자 제공
류재철 LG전자 대표는 지난 1월 기자 간담회를 통해 “클로이드는 이르면 2027년쯤 실험실에서 나와 현장 실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만큼 홈로봇의 상용화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검증할 부분은 안정성이며, 이를 가장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가정집 실증 이후에 상용화 시기가 결정될 예정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집안일 하는 클로이드 / LG그룹 유튜브 갈무리
대중들이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은 ‘비용’이다. ‘제로 레이버 홈’을 구현한다 해도,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로봇 중 가격이 공개된 사례를 보면, 소형 로봇인 아마존의 아스트로가 약 190만 원, 에나봇의 이보 X가 약 130~150만 원 수준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2,000~4,000만 원 수준의 고가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홈로봇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구독’이다. 가전제품을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어필되고 있다.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도 고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구체적인 가격 전략은 공개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집안일 하는 클로이드 / LG그룹 유튜브 갈무리
소비자들이 가격 다음으로 걱정하는 부분은 가정용 로봇에 대한 불확실성과 안정성이다. AI를 사용하는 만큼 개인 정보 보호, 보안 등은 물론 ‘가정에 필요한가’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대중에게 필요성을 어필하는 것이 홈로봇을 개발하는 기업 모두의 공통적인 과제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클로이드 / LG그룹 유튜브 갈무리
LG전자 관계자는 “홈로봇은 명확히 다가올 미래로 보고 있고, 그에 맞춰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 차원이다. 소비자가 우려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준비 중”이라며 “가정용 로봇이 안정성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력 관련해서 요구되는 수준이 가장 높은 편이다. 때문에 산업용, 상업용 로봇 사업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가전 사업을 통해 쌓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정용 로봇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홈로봇은 우리의 일상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기술은 사람의 손을 대신할 수준까지 빠르게 진화했지만, 진정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용과 보안,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소비자의 공감을 확보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시중에 등장한 홈로봇 중 어떤 제품이 기술 경쟁을 넘어 자연스럽게 일상에 적응하며, 필요성을 입증해 홈로봇 시장에서의 승기를 잡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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