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차세대 유망 기술 선점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기간·고비용 구조의 신약 개발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적극 확장하는 모습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체 연구 중심의 폐쇄형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확보하는 협력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성공 확률 저하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벤처캐피털 펀드 프리마인드 인베스트먼트(FMI)와 함께 미국 바이오텍 제너럴 프록시미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에 나섰다. 이번 투자는 차세대 신약 개발 방식으로 주목받는 ‘유도 근접(Induced Proximity)’ 기술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유도 근접 기술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과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가까이 위치시켜 기능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질병 표적에도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는 차세대 모달리티로 평가된다. 대웅제약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공동 연구와 기술 협력 등 중장기적 협업을 추진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글로벌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중국 ‘아틀라틀 이노베이션 센터’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구축을 본격화했다. 아틀라틀 이노베이션 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바이오텍 인큐베이션 기관으로 공유 실험실과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바이오 벤처와 글로벌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협력을 통해 유망 바이오텍을 발굴하고 초기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다양한 모달리티 기반 차세대 기술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협약은 해외 오픈 이노베이션 전문 기관과의 첫 협력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대원제약은 서울바이오허브와 함께 ‘2026년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선정 기업에는 1년간 밀착 컨설팅과 공동 연구 기회가 제공되며 기술실증(PoC)과 맞춤형 멘토링도 지원된다. 향후 기술이전이나 공동 파이프라인 개발을 통한 장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빅파마들도 한국 바이오 시장과의 협력 접점을 넓히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지주사 노보 홀딩스는 아시아 장기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사모펀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통해 한국 바이오헬스 시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제조·생명과학 도구·진단·의료 플랫폼 등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핵심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스위스 로슈 역시 보건복지부와 협약을 맺고 향후 5년간 각각 7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글로벌 바이오벤처 육성 프로그램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의 국내 거점을 구축할 예정이며 로슈는 글로벌 임상 유치와 바이오벤처 육성을 병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라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혁신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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