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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엔 로또 성과급, 불황땐 철밥통 … 기업이 고용 늘리겠나 [사설]

인텔·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들이 억대 연봉과 파격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이유는 실적이 꺾이면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유럽식 고용안정 모델은 성과...

호황엔 로또 성과급, 불황땐 철밥통 … 기업이 고용 늘리겠나 [사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개시 90여 분을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100조원대 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파국을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합의로 우리 사회는 큰 숙제를 마주했다. 특히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렸다는 점은 산업계 전반에 위험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합의에 따라 반도체(DS)부문은 향후 10년간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도 1인당 최소 1억6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길이 열렸다는 점이다. 인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성과급 취지는 퇴색되고 조직 내 무임승차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도 떼기 전 영업이익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에 대해 경고를 했는데도 노사는 이를 무시하고 사실상 영업이익을 성과급 배분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로 인해 주주와 근로자 간 성과 배분 논쟁이 불가피해졌다. 소액주주단체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 당연한 귀결이다.

더 큰 문제는 보상과 책임의 비대칭성이다. 삼성 노조는 반도체 호황기에는 억대 성과급을 요구하면서도, 업황이 꺾였을 때의 임금 조정이나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의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인텔·구글 같은 미국 빅테크들이 억대 연봉과 파격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는 이유는 실적이 꺾이면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 구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유럽식 고용안정 모델은 성과 보상의 폭이 제한되는 구조다. 그런데 삼성 노조는 두 모델의 장점만 취해 호황엔 로또 성과급을 요구하고, 불황기엔 철밥통을 고집하고 있다.

기업 전반의 임금 질서를 흔드는 기폭제가 될지도 걱정된다. 이미 상당수 대기업 노조들까지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리스크를 외면한 채 보상만 탐하는 '귀족 노조'의 이기주의가 확산된다면 미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모험을 하겠는가. 기업은 신규 고용 대신 인공지능(AI) 자동화나 해외 생산기지 이전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청년 세대의 일자리 절벽으로 돌아갈 것이다.

노조가 성과급을 제도화하고 싶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인 고용유연성 확대와 직무 중심 임금체계 전환을 수용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당연한 이치다. 이제라도 고임금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손질하고 보상과 책임이 비례하는 합리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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