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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호일당에서] 나가사키 평화공원 “권력자들, 핵무기의 위험성·비인도성 잊지 말아야”

일본 규슈(九州)의 나가사키 평화공원에 있는 원폭낙하중심지에 세운 상징탑 주변 모습. 원자폭탄은 이곳 상공 위 500m 지점에서 폭발했다.

히로시마·나가사키서 추모행사

日 고교생들 ‘핵무기 폐기’ 호소

평화공원이 청소년 학습 장소로

나가사키서만 15만명 사망·피폭

일본 규슈(九州)의 나가사키 평화공원에 있는 원폭낙하중심지에 세운 상징탑 주변 모습. 원자폭탄은 이곳 상공 위 500m 지점에서 폭발했다.

해마다 8월 15일이 되면 한국에서는 광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일본에서는 그 전에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추모 행사가 열린다. 지난 6일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히로시마 원폭투하 81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9일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리 나가사키 원폭투하 81주년을 추모하는 평화기념식에도 참석해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핵정책 원칙이다.

평화기념식 참석자들은 원폭이 폭발한 시각인 오전 11시 2분 일제히 묵념했다. 피폭 2세인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 시장은 평화선언에서 강대국의 ‘힘에 의한 지배’가 국제사회의 불신과 대립, 분단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폭의 날을 맞아 나가사키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원자폭탄이 터진 곳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우라카미 천주당에서는 신자 약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를 위한 추도 미사가 열렸고, 원폭낙하중심지 공원에서는 고교생들이 손을 잡고 ‘인간의 사슬’을 만들어 핵무기 폐기를 호소했다.

지난 4일 규슈(九州) 나가사키(長崎)시에 있는 나가사키 평화공원을 폭염의 날씨 속에 둘러봤다. 원폭의 실상을 알리고 세계평화와 문화교류를 위한 기념시설로, 평화를 기원하는 안식처이자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평화학습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평화공원에는 평화기념상과 ‘평화의 샘’ 분수, 원폭낙하중심지 공원, 원폭자료관 등이 있다. 평화기념상은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이 오른손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좌대에 앉아있는 상인데, 오른손은 원폭의 무서움을 가리키고 옆으로 펼치고 있는 왼손은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감은 눈은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있는 모습이다. 평화의 샘은 물을 찾으면서 죽어간 피폭자의 명복을 비는 장소로, 시시가각 변화하는 분수의 형태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의 날개짓이자 ‘학의 항구’로 불리는 나가사키항의 학 모양을 상징하고 있다.

원폭낙하중심지는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을 나타내는, 피폭자들 이름을 봉안한 폭심지 상징탑과 광장 등이 있는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피폭 당시의 지층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이곳 상공 약 500m에서 원폭이 터져 순식간에 수많은 생명과 도시시설을 앗아갔다.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에는 원폭 투하 직후의 피폭상황이 담긴 사진이나 물건 등을 전시하고 있다.

원폭자료관을 보고 내려와 원폭낙하중심지로 가는 언덕 아래 한쪽에는 원폭으로 희생당한 조선인을 애도하는 ‘나가사키원폭조선인희생자 추도(追悼)’비가 세워져 있다. 작은 추도비 앞에는 생수병(30개 정도)이 가득히 놓여있었다.

나가사키원폭자료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 폭심지 근처에 1955년 설립한 박물관이다. 자료관은 나가사키 원폭이 폭발한 당일의 상황과 이후 피해 참상을 유해와 물건, 사진과 비디오 등 다양한 자료와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가사키는 원폭 투하로 인해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1945년 12월 말까지 당시 나가사키 인구 24만 명 중 73,884명이 사망하고 74,909명이 피폭되어 고통 받았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강제징용으로 나가사키에 끌려간 한국인들도 1만 명이 사망하고 1만 명이 피폭되는 피해를 입었다.

자료관은 돌아 내려가는 경사로를 따라가면 입구가 나오고, 입구에 들어서면 원폭 투하 시각인 1945년 8월 9일 11시 2분에 멈춰진 벽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이후 이어지는 전시공간에는 다리가 휘어진 급수 탱크, 무너져 버린 예배당, 열에 의해 녹아내린 유리병과 사람의 뼈, 완전히 폐허가 된 거리, 방사선의 영향으로 비정상적으로 변한 신체 등 끔찍한 피해 실상을 보여 준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팻 맨’ 모형도 전시하고 있고, 도시 재건 과정과 현대 핵무기에 대한 정보 등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고 그것이 원폭 투하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피해 사실만 부각시킨 것은 아쉬운 점이다.

美, 日 불복 선언에 투하 결정

기상 악화 인해 목표지역 변경

강제징용 조선인도 다수 피해

日 무조건 항복에 2차대전 종식

◇나가사키 원폭 투하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감행된 원자폭탄 투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결정적 사건이자, 인류 역사상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실전에서 핵무기가 사용된 비극적인 사건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사흘 만에 일어난 이 사건의 배경과 전개, 그리고 피해 상황 등을 정리한다.

1945년 중반, 연합군은 유럽 전선에서 나치 독일을 복속시킨 후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실행에 집중하고 있었다. 미·영·소 연합국 정상들은 포츠담 선언(1945년 7월)을 통해 일본의 조건 없는 항복을 요구했으나, 일본 군부는 이를 거부하고 본토 결전을 고수했다. 미국은 일본 본토 침공 작전(몰락 작전)을 감행할 경우 발생할 수백만 명의 미군 및 연합군 인명 피해를 줄이고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원자폭탄 사용을 결정했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우라늄 원폭 ‘리틀 보이’가 투하되었음에도 일본 정부가 즉각적인 항복을 선언하지 않자, 미국은 두 번째 원폭 투하를 단행하게 되었다.

원래 나가사키는 미군의 2순위 목표지였다. 1순위 타깃은 대규모 군수공장이 집결해 있던 고쿠라(기타큐슈) 지역이었지만, 기상 악화로 목표지역을 변경하게 된다. 8월 9일 아침, 원폭 ‘팻 맨(Fat Man)’을 탑재한 B-29 폭격기 ‘박스카(Bockscar)’는 고쿠라 상공에 도착했다. 그러나 안개와 짙은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에 실패했고, 연료가 소모되자 2순위 목표지인 나가사키로 기수를 돌렸다. 나가사키 역시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으나, 구름 사이로 도시의 공업지대가 드러난 순간인 오전 11시 2분, 고도 약 9,600m에서 ‘팻 맨’이 투하되었다. 폭탄은 지상 500m 상공에서 폭발했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팻 맨’은 히로시마의 ‘리틀 보이’보다 폭발력이 더 컸다. 하지만 나가사키는 산과 계곡이 많은 복잡한 지형이었기 때문에 폭발의 충격파와 열선이 일부 차단되어, 전체적인 파괴 면적은 평지였던 히로시마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명과 도시 시설에 가해진 피해는 가공할 수준이었다. 투하 당일에만 3만5천 명 이상이 즉사했다. 1945년 말까지 방사능 노출과 화상, 부상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7만4천 명에 달했다. 당시 나가사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등으로 나가사키의 미쓰비시 조선소, 군수공장 등에 근무하던 조선인 다수도 피해를 입었다. 2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1만 명 안팎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폭 투하 중심지인 우라카미 지역을 비롯해 인근의 성당, 학교, 공장 등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는 일본 군부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전날(8월 8일) 소련의 대일 선전포고 및 만주 침공과 더불어, 연이은 원폭 투하를 겪은 일본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다. 옥쇄작전으로 밀어붙이던 군부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인정했고, 결국 일왕 히로히토는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국가들은 광복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 사건은 인류에게 핵무기의 가공할 위험성과 비인도성을 경고하는 상징적 역사로 남아있다. 하지만 인류는, 특히 정치인과 권력자들은 그 위험성과 비인도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것 같은 언행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글·사진=김봉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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