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광주·전남 지역에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발표된 이후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연일 ‘지역 안배’와 ‘소외론’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정부여당과 야당의 말싸움 현장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인 반도체 양대 기업의 주가 전광판이다.
정치적 수사로 가득 찬 ‘지역 균형’이라는 명분 뒤에서 냉혹한 숫자로 움직이는 금융시장은 이미 대한민국 경제 체력을 향해 경고등을 켜고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은 시장이 보내는 분명한 경고”라며 최근의 약세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실제 지표는 참혹하다. 정부의 호남 투자 발표 당일이었던 지난달 29일 삼성전자는 4.86%, SK하이닉스는 1.68% 하락했다. 이튿날 일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7월 1일 다시 삼성전자가 5.84%, SK하이닉스가 3.40%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2일 오전 장중에도 양사 주가는 5~7%대 폭락세를 이어갔고, 오후에는 삼성전자가 9.06%, SK하이닉스가 14.57%급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외국인 매도세는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정부가 기업의 투자 결정과 경영 자율성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한 시장의 경고”라고 분석했다. 아무리 지역 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지라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초일류 기업의 투자 방향을 압박하는 순간 시장은 이를 ‘기업가치 훼손 리스크’로 받아들인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는 전력, 용수, 토지, 인력이라는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국가 생존 산업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독대 이후 청와대 무대에 서서 수백조 원의 투자 구상을 발표했지만 전력망 확보나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 주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켜 10년 후, 20년 후 미래에 다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거시적 명분은 분명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은 ‘정치적 투자’로 인해 당장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수십조 원씩 증발한다면 그 책임의 화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 명부에는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자산이 대거 묶여 있다. 폭등한 부동산 가격과 취업난 속에서 2030 세대에게 주식 투자는 단순한 재테크를 넘어 ‘내 집 마련’과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한 마지막 사다리였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현재 청년들의 피땀 어린 자산을 흔드는 개입이 계속된다면 당장 몇 년 뒤 청년들의 결혼과 주거 안정이라는 사회적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특정 지역 투자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몰아붙이는 구조 자체가 기업에는 거대한 압박이자 관치 경제의 부활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기업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주주”라며 “반도체 산업이 정치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계속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주주,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역 차별’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정작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의 비명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정과 정치권 전체의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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