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컴퓨터에 정보 입력 행위도 사람이 속았으면 사기죄"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로 업소에 설치한 ATM에서 1만원씩 8천여∼1만여회에 걸쳐 돈을 인출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를 챙긴 안마시술소, 마사지업소 운영자들이 업무방해와 사기좌 유죄판결을 받았다.
일반 시중은행의 경우 고객이 VAN 서비스를 이용하여 ATM 기기를 통해 예금을 인출하거나 계좌이체 업무를 할 경우 은행에서 VAN 서비스 업체에 지급할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한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이 ATM 기기를 이용하여 예금인출 등 은행거래를 하더라도 일체의 수수료를 면제하는 대신 카카오뱅크에서 VAN 서비스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했다. 현금 출금은 1회당 1,020원, 계좌이체는 1회당 850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안마시술소 내지 마사지업소를 각각 운영하면서 카카오뱅크와 자동화기기 이용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주 또는 동거인인 박 모씨 등 3명은 VAN사와 업소 내 ATM 이용 거래 시 예금인출 등 거래 1건당 400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자동화기기 이용계약을 맺고 2018. 5. 초경부터 6. 중순경까지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이용해 하루에 적게는 50여회, 많게는 600여회 가량 1만원을 반복적으로 인출한 후 VAN사로부터 ATM 수수료를 정산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 등은 총 8,000여회에서 10,000여회의 현금 인출행위를 하였고, 카카오뱅크는 VAN사에 예금인출에 따른 800여만원에서 1,000여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1월 29일 사기와 업무방해 유죄를 인정해 박씨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400만원 또는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2도1862).
대법원은 먼저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며 "재산변동에 관한 사무가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등에 의하여 기계적 ·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경우 등과 같이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도14960 판결 참조)"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비록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로 인한 정보처리의 결과를 통하여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는 사람을 착오에 빠뜨렸다면, 단지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등에 의하여 기계적 ·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경우와는 달리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카카오뱅크가 약정에 따라 VAN사에 수수료를 지급할 당시 피고인들이 진정한 현금 인출 등 은행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각 자동화기기 이용계약에 따른 수수료 이익만을 취득할 목적으로 예금 인출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카카오뱅크가 피고인들이 부담하여야 할 예금 인출행위에 따른 수수료를 VAN사에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들의 기망행위와 피해자 회사의 착오 및 처분행위, 그리고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카카오뱅크의 입출금 및 수수료 정산 업무 담당자를 기망하고, 카카오뱅크의 위 담당자가 피고인들이 진정한 현금 인출 등 은행거래를 한 것으로 오신하여 VAN사에 대하여 수수료 지급이라는 처분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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