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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의 시선] 대구가 문화도시를 말하려면

“대명공연문화거리는 공연예술인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구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죠.”

[현장의 시선] 대구가 문화도시를 말하려면

유채현 문체부 기자

“대명공연문화거리는 공연예술인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정작 대구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죠.”

대명공연문화거리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가의 말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공연예술의 거점이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물론 행정의 관심마저 멀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담긴 이야기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대명공연문화거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곳은 단순히 소극장이 모여 있는 골목이 아니라 공연예술인들이 함께 호흡하며 작품을 만들고 성장해 온 삶의 터전이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소극장과 극단, 연습실, 창작자들이 한곳에 밀집해 있고 수많은 배우와 연출가가 배출됐다. 말 그대로 대구 공연예술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그러나 이 거리를 찾는 시민은 많지 않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도 공연이 끝나면 발길을 돌릴 뿐, 이곳이 어떤 의미를 가진 공간인지 알 기회는 거의 없다.

거리 곳곳에 공연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이를 하나로 엮어 시민들에게 전달할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크고 작은 공연이 매일같이 무대에 오르지만, 그 공간이 품고 있는 역사와 가치는 무대 뒤에 가려져있다.

대명공연문화거리는 걷기만 해도 공연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래된 소극장과 연습실,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극단은 그 자체만으로 지역 공연예술의 역사다.

그러나 공연장마다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하나의 문화자원으로 연결하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부족하다.

행정의 관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대명공연문화거리는 ‘공연과 문화의 거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도시의 대표 문화자산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관광 콘텐츠나 도시 브랜드를 고민할 때도 이 공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거리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공연과 연계한 관광 콘텐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문화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거리의 활성화가 단순히 예산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도시가 오랜 시간 쌓아온 문화자산이라면 그 가치를 알리고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은 행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몫이다. 작은 관심과 꾸준한 지원만으로도 거리의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대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도시를 자처한다. 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20년 넘게 이어오며 세계 각국의 작품을 선보였고, 창작뮤지컬의 중심 도시라는 브랜드도 쌓아왔다. 그러나 정작 공연예술의 뿌리를 품고 있는 공간에는 충분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지 않는다. 축제는 화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축제를 가능하게 한 공연 생태계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셈이다.

공연예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작품을 만들고, 관객과 호흡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문화가 형성된다. 대명공연문화거리는 그 시간이 축적된 장소다. 이 공간이 활력을 잃는다면 대구 공연문화의 역사와 정체성 역시 함께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문화는 행정만으로 살아남지 않는다. 시민의 관심과 발걸음이 있어야 비로소 거리는 생명력을 얻는다. 공연 한 편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연이 만들어지는 공간을 둘러보고, 골목 곳곳에 담긴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거리는 살아난다.

도시의 경쟁력은 새로운 관광명소나 화려한 시설을 만드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이미 가진 자산을 얼마나 잘 지키고 가꿔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십 년 동안 예술인들의 땀과 열정이 쌓인 공간은 돈으로 쉽게 만들 수 없는 자산이다.

대명공연문화거리는 단순히 공연장이 모여 있는 골목이 아니라 대구 공연예술의 역사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대명공연문화거리가 잊힌 거리가 아닌, 대구 공연문화의 상징으로 시민 곁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유채현 문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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