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없이도 최단기간 매출 1조 기록
더현대 서울 장경수 상무 서울대 강연
오프라인 위기론에도 새 형태로 혁신
매출·효율 아닌 ‘경험 중시’로 운영해
해외기업 관계자 4000명도 벤치마킹
더현대 서울을 맡고 있는 장경수 상무가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리테일 개론’ 수업 강단에 섰다. [김혜진 기자]
“성공 레시피를 알고 싶은가요, 어떻게 성공했는지 이해하고 싶은가요?”
서울대학교 강단에 선 한 백화점 점장이 이같이 물었다. 유통업계 유행을 선도하며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올 정도로 최단기간 성공한 백화점 점장다운 여유가 묻어났다.
더현대 서울을 맡고 있는 장경수 상무가 2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리테일 개론’ 수업 강단에 섰다. 쇼핑 불모지 서울 여의도에서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도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성공 비결을 서울대생들에게 풀기 위해서다.
이번 특강은 현대백화점과 서울대가 함께 운영하는 ‘리테일 연계전공’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서울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올해 1학기부터 관련 과정에 참여해 실무 중심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리테일 연계전공은 현재 의류학과·소비자학과·식품영양학과·경영학과·경제학부·농경제사회학부 등 6개 학과가 참여하는 융합 과정이다. 이날 강의실에는 장 상무의 ‘리테일 개론’을 듣기 위해 40여명의 수강생 외에도 외국인 교환학생과 대학원생 등 30여명의 학생 등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뤘다.
장 상무는 더현대 서울의 ‘차별화 전략’을 풀기 위해 학생들에게 ‘질문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더현대 서울은 성공의 법칙을 따라 만든게 아니라 절실함을 가지고 연구해서 만들어 낸 곳”이라며 “25년간 마케팅을 하며, 왜 백화점은 25년간 변화가 없을까 고민했고, 더현대 서울 오픈을 하기까지 이같은 질문의 힘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코로나 시국, 어떠한 유통기업도 오픈을 하려고 하지 않을 당시 더현대서울은 과감히 문을 열었다. 리테일의 미래를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 상무는 더현대 서울을 통해 미래형 백화점을 보여주는 데 내부적으로 방점이 찍혔다고 말했다.
“오픈 당시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며 오프라인 위기론이 확산됐고, 여의도 역시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라 내부 우려가 컸어요. 그러나 우리는 백화점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리테일 모델을 생각했고, 그래서 백화점과 지역명 대신 ‘더현대 서울’을 택했습니다. 서울의 중심이 되고 혁신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주요 소비층도 새롭게 정했다. 미래 백화점답게 미래 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업계에서 당연히 반신반의 했다. 1020세대가 소비 여력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존 세대와 구분되는 가치관과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젊은 층의 소비 파워를 믿은 결과는 그야말로 ‘대박’. 이른바 ‘에루샤’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입점 없이도 오픈 후 2년 9개월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데 5년 4개월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훨씬 그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장 상무는 “젊은층을 타깃으로 일상에서 벗어난 경험 제공에 집중한 것이 전환점이었다”며 “매출, 효율 위주에서 집객 경험과 사회적 기여 중심으로, 또 고객들의 자발적인 홍보를 통해 백화점을 운영한 것이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 상무에 따르면 다른 점포나 백화점에서 연간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쓰는 것과 달리 더현대 서울의 1년치 광고비는 1억원이 채 안 된다. 젊은 소비층이 원하는 공간으로 백화점을 꾸미고, 고객의 지갑이 아닌 이들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할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 소비자들 사이 자발적인 홍보 효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직원들에게 과감히 권한을 위임해 빠르게 기획과 실행이 이뤄지도록 한 점도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장 상무는 “중장년층 중심의 백화점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새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실력과 열정을 갖춘 젊은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일례로 더현대 서울의 지하 2층에 있는 팝업장소는 직원들이 신규 브랜드를 인큐베이팅 하는 공간으로 이들이 직접 자유롭게 운영을 하고, 테스트를 해서 실적이 좋으면 과감히 매장화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중심 브랜드를 오프라인에 처음 유치하고, 버추얼 아이돌·애니메이션 등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해서 선보이며 유행의 선순환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 ‘핫플’이 된 것도 더현대 서울만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에는 오픈 이후 2025년까지 전 세계 182개국의 외국인 고객들이 방문을 했다. 이는 유엔 회원국 기준 193개국 가운데 약 95%에 해당하는 국가의 국민이 찾은 셈이다.
글로벌 벤치마킹 장소로도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혁신 사례로 소개된 더현대 서울에는 파르코, 루미네, 한큐백화점, 다카시마야, 세이부 등 일본 주요 유통기업 관계자들이 잇따라 방문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5년까지 약 4000명의 해외 기업 관계자가 벤치마킹 투어에 참여했을 정도다.
이날 강의를 들은 학생들 사이 질문이 쏟아졌다. “리테일산업에서 일하려고 할 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냐”, “리테일 전공 학생이 AI혁명 시대에 해야할 준비는 무엇이냐” 등 진로에 관한 고민이 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같은 젊은 층의 고민 해결을 위해 앞으로 교육 협력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6월 현대홈쇼핑 실무진이 마케팅 전략 강의를 진행하고, 하반기 백화점·홈쇼핑·패션 계열사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급변하는 리테일 환경에서 산업 혁신을 이끌 인재 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교육 현장과의 협력을 통해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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