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하드웨어에 ‘AI 래티스’ 이식 속도전
기술 자립 나선 한화와 주도권 경쟁 구도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브라이언 쉼프 안두릴 공동창업자 겸 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Anduril Industries 제공)
미국의 국방 유니콘이자 방산 AI 소프트웨어 전문 테크 기업 안두릴(Anduril Industries) 경영진이 방한해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과의 무인체계 협력 성과와 향후 로드맵을 공식 발표했다.
안두릴 경영진은 지난 7일 서울에서 현대로템과 지상 무인체계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동맹을 넓혔다.
또한 기존 파트너사인 HD현대중공업과는 건조 중인 무인수상함을 오는 10월 진수하고 미국 본토 테스트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공표하며 해상 영역의 협력도 공식화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안두릴과 공조를 이어오던 한화와의 국내 일정은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각 사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확연한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브라이언 쉼프 CEO 등 안두릴 경영진은 지난 7일 협약식 전후로 파트너사 제조 시설을 직접 둘러보는 현장 실사 중심의 방한 일정을 소화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특수선 야드를 찾아 오는 10월 진수 예정인 중형 무인수상함 시제함의 조립 상태와 기술 공정을 직접 점검했고, 미국 해군 사업 수주를 위한 현지 시험 운항 일정을 조율했다.
안두릴이 HD현대중공업, 현대로템과의 스킨십을 대폭 늘린 것과 다르게 한화와의 파트너십은 미국 본토 사업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수준에서 유지되는 모습이다.
실제 양사는 지난 2024년 2월 한화의 무인 차량 플랫폼 아리온-SMET에 안두릴의 AI 플랫폼 래티스(Lattice)를 탑재하는 협력안을 토대로 미 육군 사업 입찰에 공동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미 육군이 최종 시제업체 공모에서 다른 업체를 선정하면서 양사의 대미 합작 프로젝트는 고배를 마셨다.
이번 방한 기간 중 양측의 공동 행사가 생략된 배경에는 해상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주도권 경쟁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두릴은 자사 인공지능 생태계를 중심으로 동맹국 기업들과의 규격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한화는 지난 3월 크래프톤과 인공지능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독자적인 방산 인공지능 운영체제 개발 노선을 공식화했다.
특히 무인함정 시장에서는 지난 2024년 안두릴과 파트너십을 맺은 HD현대중공업과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북미 시장 독자 진출을 꾀하는 한화오션이 사실상 미 해군 사업 수주를 놓고 대치하는 구도다.
현대로템 및 HD현대중공업과의 협업 방향성을 확인한 안두릴은 향후 미국 국방부의 무인화 사업 시장을 겨냥한 후속 일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상 분야에서는 안두릴의 AI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된 중형 무인수상함이 오는 10월 계획대로 진수되면 미 해군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타진하는 첫 시험대에 오른다.
이 시제함을 미국 본토 연안 테스트에 조기 투입함으로써 미 해군 사업의 수주 타당성을 본격 검증받게 될 전망이다.
지상 영역의 핵심은 현대로템의 무인 차량 플랫폼과 안두릴의 소프트웨어 래티스를 결합하는 기술 협력이다.
양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동을 위한 실무 테스트에 본격 착수하면서, 이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연동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미국 및 유럽 나토(NATO) 회원국의 차세대 무기 입찰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안두릴의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할 시 ‘기술적 종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기업들이 공동 기술권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등 안전장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두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현대로템·HD현대와, 기술 자립을 고수하는 한화의 독자 노선이 맞물리면서 K-방산의 무인화 경쟁이 한층 다각화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방한 이후 안두릴과 한화의 거리두기가 더 선명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글로벌 무인화 시장을 주도하는 테크 기업과 기술 자립을 공고히 하려는 국내 방산 기업 간의 기싸움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다.
국내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 AI 플랫폼 중심의 표준화를 추진하는 안두릴과, 독자 소프트웨어 개발 및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기술 자립을 택한 한화의 전략적 노선이 구조적으로 일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두릴과 협력해 실리를 챙기더라도 공동 특허와 데이터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결과적으로 안두릴의 단순 하드웨어 납품업체로 전락하는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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