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정길선 칼럼니스트
헝가리 전 총리 빅토르 오르반은 2023년 집권 시절 EU 보조금 수급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EU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EU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반(反) 이민정책과 젠더 이슈에 대한 반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반대 등을 이유로 헝가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이는 페터르 머저르 총리의 현 상황도 마찬가지다. 헝가리 경제 사정을 보자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된 이후, 독자적 행보를 보이던 헝가리는 1940년대 공산화 직후부터 1950년대 전반기에 걸쳐서 스탈린주의식 경제정책을 펴왔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컸고 이는 1956년 헝가리 민주화 봉기의 원인이 되었다. 헝가리 민주화 봉기가 유혈 사태로 마무리 된 이후에 카다르 야노시(Kádár János)가 집권하면서 야노시는 외교적으로 소련의 눈치를 보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실용주의적인 노선을 걸었다. 헝가리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개방정책과 소규모 자영기업의 육성으로 동유럽에서 꽤 풍족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과정에서 서방으로부터 막대한 외채를 빌려 썼기 때문에 1980년대부터 엄청난 경제적 침체기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국가 예산의 상당수를 외채 빚을 갚는데 써야 했고 국가 경제가 바닥을 치니 국민들의 불만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폴란드와 루마니아 같은 이웃 국가들보다는 경제 사정이 그나마 나았고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헝가리를 방문하고 나서는 여기가 소련의 미래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1989년 동유럽이 혁명으로 인해 공산주의가 축출되면서 그 이후로 중도우파 정권이 나타나 개혁을 노렸지만, 체코슬로바키아를 제외한 타 동유럽 국가들보다는 조금 낫다고는 해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1990년대 중반에서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드디어 경제적으로 성장하나 싶었지만 2000년대 중후반에는 다시 경제적인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해 결국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했다.
이는 2008년에 터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경제위기 때문에 폭망한 것인데 헝가리는 국내 축적 자본이 적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본 특히 독일의 자본에 크게 의존했고 이 때 경제위기로 인해 서방 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벌어진 현상이었다. 2011년 이후로는 동유럽에서 꽤 성장률이 높은 국가로 분류되고 임금상승률이 향상되고, 2016년에는 IMF 등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구제금융을 전부 상환함에 따라 확실히 경제적으로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여전히 외국 자본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기술력과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우수하지만 국내에 축적 자본이 빈약한 헝가리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EU, 특히 독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EU의 경기가 불황을 겪을 경우 헝가리도 그 여파에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했다. 게다가 막대한 EU 지원금 및 보조금은 헝가리 경제가 굴러갈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EU가 이를 두고 헝가리에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압박하는 것은 헝가리의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헝가리에 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이는 헝가리의 내수 시장을 노린다기 보다는 EU 시장 전체를 염두에 둔 생산기지라는 성격이 강하기에 헝가리 입장에서는 이들이라도 붙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빅토르 오르반은 이러한 헝가리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며 세르비아와 연계를 강화하여 남쪽으로는 불가리아를 통과, 터키로 연결되는 통로를 잡으려 하는 것이고 북쪽으로는 비셰그라드 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벨라루스와 연결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전문인력들의 유출난 심각한 상태에서 현 1인당 GDP 18,700달러 선도 버텨내기 버거운 셈이다. 게다가 국토도 작고 내륙국에 인구도 970만을 웃돈다. 출산율도 낮아 동유럽에서도 Top 급의 고령화 과정의 국가이고 하다. 인구 1,000만은 어림도 없는 상황이고 최악의 경우, 2025년에는 인구 900만 선도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민 정책을 개방하여 중동-아랍,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받아들이면 헝가리의 경제, 그나마 봐줄만한 제조업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도 높다. 헝가리 경제가 국토도 작고 내륙국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은 난민들을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EU는 헝가리에 이민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 현재 헝가리의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라는 것은 헝가리 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EU는 헝가리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동구권 국가들이 어찌되든 관심이 없다. 오로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 이들의 이익이 모든 것을 최우선한다. 나머지 EU 국가들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이익을 서포트하는 서브 목적의 국가들이다. 동유럽에는 EU 보조금과 지원금을 지랫대로 이용하며 그들의 하수인으로 길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동유럽의 사정이 어찌되던 관심이 없다.
그러니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동유럽을 지원을 강요하고 난민과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동유럽의 경제가 파산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동유럽에 자금을 빌려주고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력을 하나씩 먹어 치우면 된다. 이전처럼 영토 제국주의와 같은 물리적인 힘으로 먹어 치우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경제적으로는 가능하다. 영토 제국주의는 침략이라는 행동이 수반되겠지만 경제는 그와 같은 물리적인 침략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국제법을 이용해 비교적 합법적인 측면으로 제국주의 식민지화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른바 경제 제국주의(Economic Imperialism)의 도래인데 오히려 서구 열강들이 가장 이상적이고 원하는 경제적 영역 확장이다. 젠더 이슈도 마찬가지다. 헝가리는 동유럽에서 크로아티아, 폴란드와 더불어 카톨릭 국가이다. 그 중 헝가리는 가장 보수적인 카톨릭 성향을 갖고 있으며 가장 보수적인 개신교도들도 헝가리에 살고 있다. 이런 나라에 자유라는 명목으로 젠더 이식을 강요하고 있다.
나는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갖고 있는 부분이 반(反) 이민정책과 젠더 이슈에 대한 반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반대가 자유민주주의를 위반하는 것인가? 진짜 자유 민주주의라면 EU 보조금을 지랫대로 한 강요가 아니라 해당 국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Freedom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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