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올여름 더위는 불편을 넘어 건강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6일까지 온열질환자 1399명과 추정 사망자 8명이 신고됐다. 작업장과 논밭, 길가 등 실외에서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 대부분은 운동선수가 아니라 일터와 일상에서 몸을 움직이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몸은 그것이 운동인지 노동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근육이 움직이면 열을 만들고,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면 체온은 오른다.
그 위험은 낮의 야외 노동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한낮의 폭염을 피해 밤에 걷거나 달리는 사람이 많다. 직사광선이 사라지고 기온도 내려가므로 대체로 나은 선택이다. 하지만 어떤 날은 해가 졌는데도 몸이 좀처럼 식지 않는다. 조금만 뛰어도 운동복은 흠뻑 젖고 평소보다 빨리 지친다. 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와 건물은 밤에도 열을 내보내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상대습도는 높아질 수 있다. 바람까지 약하면 땀을 많이 흘리면서도 열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다. 습하고 바람 없는 30도는 건조하고 바람 부는 33도보다 몸에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유다.
◇ 땀 많다고 잘 식는 것 아니다
몸은 피부를 통해 열을 내보낸다. 안정된 상태에서 평균 피부온도는 대개 30℃ 초반이다. 주변 공기가 피부보다 서늘하면 피부의 열이 공기로 이동하지만, 기온이 피부온도에 가까워질수록 온도 차가 줄어 열을 내보내는 통로도 좁아진다. 공기가 피부보다 더 뜨거우면 오히려 외부의 열이 몸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이때 냉각 수단이 땀의 증발이다. 땀이 수증기로 바뀌면서 피부의 열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습도가 높으면 공기 중에 이미 수증기가 많아 땀이 잘 증발하지 못한다. 바람까지 약하면 피부 주변에 덥고 습한 공기층이 머문다. 피부와 옷을 적신 채 흘러내린 땀은 수분 손실에는 기여했지만 냉각에는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 셈이다. 몸을 식히는 것은 흘린 땀의 양이 아니라 증발한 땀의 양이다.
여기에 운동이 만드는 열이 더해진다. 움직이는 근육은 에너지를 쓰면서 열을 만든다.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몸 안에서 생기는 열도 늘어난다. 같은 날씨라도 가만히 있을 때와 달릴 때의 열 부담이 다른 것은 그 때문이다. 몸은 바깥의 더위를 견디면서 근육이 만든 열까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스포츠와 산업 현장에서는 열환경의 위험을 평가할 때 기온뿐 아니라 습도와 복사열, 공기 흐름을 반영한 습구흑구온도(WBGT)를 사용한다. 사람이 받는 종합적인 열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WBGT도 ℃로 표시하지만 기온과는 다른 지표이므로 두 숫자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기온이 30℃여도 습하고 바람이 약하면 건조하고 바람 부는 33℃보다 WBGT가 더 높을 수 있다.
젊은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심부체온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기 시작하는 환경을 조사한 연구에서 평균 임계 WBGT는 휴식할 때 35.3℃지만, 최대산소섭취량의 30% 수준 운동에서는 31.6℃로 낮아졌다. 이마저 일반적인 러닝보다 낮은 강도였다. 한여름 밤 도심의 WBGT가 30℃를 넘는 날은 드물지 않다. 이 수치는 운동 허용 기준이 아니라 통제된 실험의 생리적 임계값이지만, 몸이 만드는 열이 많을수록 견딜 수 있는 환경의 한계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습도의 영향도 실험에서 확인된다. 훈련된 남성 사이클리스트 12명이 기온을 33도로 고정하고 공기 중 수증기압만 4단계로 달리해 타임트라이얼을 수행했다. 가장 높은 조건에서는 가장 낮은 조건보다 환경이 땀을 증발시킬 수 있는 능력이 약 3분의 1로 줄었다. 평균 심박수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참가자들은 비슷한 심박수에서 출력을 낮췄다. 최고 심부체온은 평균 약 0.5℃ 더 높았고, 평균 운동 출력은 약 15% 줄었다. 기온은 같았지만 냉각 능력과 운동 수행은 같지 않았다. 습한 날 평소 페이스가 나오지 않는 것을 의지 부족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날에는 기록보다 열환경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 낫다.
◇ 기온만으로 알 수 없는 더위
야간 운동이든 낮의 야외 활동이든, 안전을 가르는 것은 시간대가 아니라 실제 냉각 조건이다. 밤에는 직사광선이 사라지고 기온이 내려가는 이점이 분명하지만, 습도가 높고 바람이 약하면 땀의 증발은 여전히 제한된다.
일반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날씨 앱의 여름철 체감온도다. 기온과 습도를 함께 보여주므로 기온만 보는 것보다 낫지만, 아스팔트의 복사열이나 건물 사이의 바람까지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 일상적인 운동에서는 체감온도로 대략을 가늠하고, 시간과 장소를 고를 때는 추정 WBGT를 참고할 수 있다. 미국산업위생학회의 ‘AIHA 히트 스트레스(Heat Stress)’ 앱은 현재 위치의 기상자료를 이용해 WBGT와 열 위험 수준을 추정한다. 다만 현장 계측값은 아니므로 실제 장소의 복사열이나 바람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학교 야외행사나 작업 현장처럼 여러 사람의 활동과 휴식 기준을 정할 때는 휴대용 계측기로 현장 WBGT를 직접 측정하는 편이 정확하다.
일상에서는 기온과 체감온도뿐 아니라 습도와 바람, 햇빛과 운동 장소를 함께 살펴야 한다. 습하고 바람이 약한 날에는 평소보다 속도와 운동 시간을 줄이고, 심박수와 운동 자각도, 대화 가능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이 원칙은 달리기나 걷기뿐 아니라 더운 환경의 야외 작업에도 같다. 땀을 많이 흘려도 몸이 식지 않고 어지럽거나 메스껍거나 움직임이 둔해진다면 활동을 멈춰야 한다. 여름 운동에서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온도계의 숫자가 아니라, 지금 몸이 만들어낸 열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 허찬솔 전북대 교수 프로필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텍사스오스틴대학교(UT Austin)에서 운동생리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조지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GWU School of Medicine)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시작한 운동 피로 및 회복 분야의 연구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한국운동생리학회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허찬솔 전북대 체육교육과 교수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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