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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허무호의 근본경제] 스페인, 덴마크만 남았다... 규제의 온실에 갇힌 유...

하지만 좌파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손발을 묶고,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인공지능에 대해 온갖 규제를 하며 유럽의 성장이 멈추는 동안, 시장에 판을 맡긴 미국은 전 세계의 부를 쓸어 담았다. 그 결과 현재 미국의 GDP는...

[허무호의 근본경제] 스페인, 덴마크만 남았다... 규제의 온실에 갇힌 유...

[법률방송뉴스]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해 동유럽 리투아니아까지, 우파 정부를 단 한 번도 거치지 않고 자동차로 대륙을 횡단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00년대 초반 유럽의 정치지형을 묘사했던 이 유명한 문장은 이제 빛바랜 과거가 됐다.

며칠 전 이코노미스트가 도발적인 분석 기사를 또 한 편 썼다. 바로 유럽 좌파 정당의 몰락에 대한 진단이다.

유럽의 좌파정당들은 현재 독특한 덫에 갇혀 있다는 것이고, 간단하게 말해 존재 가치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기사는 현재 유럽 27개국 중 스페인, 덴마크, 몰타 등 3개국만이 좌파 정당이 주도하는 행정부를 유지할 만큼 좌파 지형이 위축됐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과거 좌파 정당들이 쟁취했던 보편적 연금, 유급 휴가, 부자 증세 같은 정책들이 이제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디폴트값으로 이식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점적 메뉴를 잃어버린 원조 맛집의 매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징후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바로 지난 5월 초 영국의 지방선거 결과다. 2024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은 집권 22개월 만에 참패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노동당의 패퇴나 보수당의 반사이익으로 끝나지 않았다. 양당체제가 무너진 역사적 분기점이며, 우파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정당지지율 1위로 올라섰고, 차기 총리로는 '트럼프 대통령 하위호환'이란 평가를 받는 나이절 패라지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형국이다.

사회당과 노동당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근로자들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고용 불안을 겪는 동안, 기성 좌파가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가 내재적 모순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사회주의 정당들이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면서, 역설적으로 먼저 도태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유럽과 영국의 정치 지형도가 이토록 크게 요동친 것은 그저 정부의 시혜만 바라거나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허상이 드러난 결과다. ‘계획’과 ‘규제’를 중심으로 한 좌파경제 몰락의 전조라는 분석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우리 역시 규제 만능주의와 ‘큰 정부’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실제로 위기가 올 때마다 특정 정치인과 관료들은 늘 정부가 주도하는 거창하고 선언적인 정책을 내놓곤 한다. 수십 조 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촘촘하게 규제를 만들면 실타래처럼 꼬인 경제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인간과 사회라는 복잡계를 정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역사적으로도 정부가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며 밀어붙인 정책들은 대부분 세금만 쓰고 실패로 끝났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일관된 지적이다.

우리가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근거는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자유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다. 사회는 정부가 짜놓은 틀대로만 자라지 않는다.

유럽의 좌파 정당이 몰락한 것도, 영국의 수백 년 된 양당제가 무너지는 현상도 정치가 망하는 과정은 아니다. 기존 정치판을 향해 유권자와 시장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정부 주도의 체제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체급 비교가 증명한다. 21세기 초반만 해도 유럽의 전체 경제규모(GDP)는 15조 달러 안팎으로 미국보다 컸었다. 하지만 좌파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손발을 묶고,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인공지능에 대해 온갖 규제를 하며 유럽의 성장이 멈추는 동안, 시장에 판을 맡긴 미국은 전 세계의 부를 쓸어 담았다. 그 결과 현재 미국의 GDP는 유럽 전체를 다 합친 것보다 압도적으로 커졌다. 이제는 비교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 됐다.

5월 영국 지방선거에서 예상을 뒤엎는 돌풍을 일으킨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중앙)가 당선자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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