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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화 김욱기 칼럼] 적지적수(適地適樹): 나무의 결을 읽는 리더의 안목

(사진=AI 이미지/제작=엠에스투데이) 문제는 나무의 특성이 아니라, 그 나무의 생리를 읽지 못한 채 엉뚱한 땅에 심어놓고 왜 자라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리더의 조급함에 있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버드나무를 메마른...

[한화 김욱기 칼럼] 적지적수(適地適樹): 나무의 결을 읽는 리더의 안목

[MS투데이] 동토(凍土)가 풀리고 비로소 땅의 온기가 올라오는 한식(寒食) 무렵이 되면, 산천은 조상의 묘역을 살피고 주변에 나무를 심는 이들의 정성으로 활기를 띤다. 예부터 한식은 단순히 제사를 지내는 날을 넘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며 나무를 가꾸고 땅을 매만지던 소중한 날이었다. 이맘때면 들리는 삽날의 서걱거림은 '미래를 준비하는 소리'와도 같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나무를 다뤄본 이들은 안다. 좋은 묘목을 고르는 선구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무가 평생을 두고 뿌리 내릴 '자리'를 찾아주는 혜안임을 말이다. 이를 두고 '적지적수(適地適樹)'라 한다.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어야 산이 푸르러진다는 이 평범한 진리는 경영의 본질인 인사(人事)와도 깊게 맞닿아 있다.

조직을 이끌며 수많은 인재를 마주하다 보면, 리더는 자기도 모르게 '완벽한 나무'만을 찾게 된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 속에 세상에 처음부터 모든 기후와 토양에 완벽한 나무는 없다. 척박한 바위틈에서 꿋꿋이 버티는 소나무가 있는가 하면, 기름진 평야에서 웅장하게 가지를 뻗는 느티나무가 있다.

문제는 나무의 특성이 아니라, 그 나무의 생리를 읽지 못한 채 엉뚱한 땅에 심어놓고 왜 자라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리더의 조급함에 있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버드나무를 메마른 산등성이에 심고 성장을 재촉하는 우(愚)를 우리는 경영의 현장에서 얼마나 자주 범하고 있는가.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기질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들은 스스로를 하나의 규격화된 재목으로 보지 않고, 각기 다른 유형과 성향을 가진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길 원한다. 성세대의 눈에는 때로 이러한 주관이 생소하거나 까다롭게 보일지 모르나, 사실 이러한 다양성의 분출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에너지다.

소나무만 가득한 산보다 침엽수와 활엽수 등 온갖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숲이 병충해에 강하고 훨씬 풍요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더는 그들의 각기 다른 '성격적 지형'을 섬세하게 살피고, 그 다름이 갈등이 아닌 시너지가 되도록 토양의 영양분을 고르게 배분하는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이라는 나무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샘솟는 자유로운 토양에서 꽃을 피우고, 어떤 이는 엄격한 규율과 질서가 잡힌 단단한 땅에서 뿌리를 내린다.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수종(樹種)'을 파악하고, 그가 가장 잘 숨 쉴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화려한 스펙이나 겉모습에 현혹되기보다, 그 인재가 지닌 본연의 기질이 조직의 어느 지점에서 빛을 발할지 고민하는 '심미안'이 리더의 격을 결정한다.

물론 자리를 잡아준다고 해서 곧바로 숲이 우거지는 것은 아니다. 선배 세대로서 후배들을 바라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내가 생각한 속도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나무를 흔들어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뿌리가 안착할 시간을 주고, 비바람을 견디며 스스로 단단해질 때까지 묵묵히 지켜봐 주는 인내야말로 한식이 리더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다.

결국 경영이란 ‘사람이라는 나무를 정성껏 심어 거대한 숲을 이루는 과정’이다. 오늘 내가 내린 인사 결정이 당장의 성과를 위한 '이식'인지, 아니면 백 년을 내다보는 '식재'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리더는 마지막까지 열매를 수확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떠난 뒤에도 다음 세대가 마음껏 숨 쉬고 쉴 수 있는 그늘을 위해 오늘 기꺼이 흙을 만지는 사람이다.

올봄, 우리 조직이라는 산에 심긴 인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빛깔을 내고 있는지, 그들의 '적지(適地)'를 찾아주었는지 다시금 매만져보게 된다.

김욱기 한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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